사과나무 - 안범진 유고시집
안범진 지음 / 좋은글방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시인의 고통은 이 세상의 고통을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자신이 뱉어내는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인의 목소리는 이해될 수 없는 방언일수도 있다. 그 언어는 어떤때는 새의 소리가 되고, 어떤 때는 바람이 되어 우리의 귀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때로는 소낙비가 되어 우리의 영혼을 세척하는가하면, 바늘이 되어 양심을 찌르기도 한다. 그 소리를 이해하는 것을 우리들의 몫이다.

한 시인의 "유고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고통이다. 그를 뒤늦게 알았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시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그 고통은 우리는 결코 그 시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그 마음의 주변만을 맴돌 뿐이다. 그리고 그 시인의 아주 하찮은 한부분을 바라보고 그것을 시인의 전체로 생각하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시집을 읽다보니 이 시인이 즐겨 사용한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단어들을 조립해 본다. 달月, 거리, 비, 석양과 중간지대... 이런 단어들을 통해 시인의 삶을 유추해 본다는 것은 어쩌면 교만이면서 부질없는 유희일지도 모른다.

한 시인이 살아온 시대는 그의 언어 속에 투영될 수 밖에 없다. 안범진시인은 이 세상을 결코 아름답게 보지는 않았다. 시인이 절망하는 사회는 침묵의 사회인지도 모른다.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안범진 시인은 시집의 말미에 "또 다른 글1.2.3"을 남기고 있다. 이 세편의 시 아닌 시를 통해 그는 자신의 외로움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 외로움은 자신을 숙성시키는 발효제이면서 자신을 깍아먹는 부패의 원료가 되었을 것이다. 왜 이 유고집의 시인은 발효와 부패 사이에서 절망해야 했던가.  그의 마지막 말이 눈과 가슴을 아리게 한다.

".....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를 드리니 정말 시인이 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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