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신비와 마법
F.C. 엔드레스 외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2월
평점 :
절판


"하나 하면 할머니가 지팡이 집고 둥둥둥, 둘 하면 두부장수 종을 친다고 쟁쟁쟁, 셋 하면 새색씨가 화장을 한다고..."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우리의 전래동요가 있다. 이 노래를 부르던 오래전의 사람들은 노래를 통해 숫자에 대한 확실한 기억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그렇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수의 세계가 순서와 셈의 질서만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다른 의미도 전해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숫자를 배우고 일. 이. 삼. 사... 와 하나. 둘. 셋. 넷..으로 이어지는 두 가지 숫자를 배운다.  기수와 서수로 알려진 이 숫자체계는 우리들이 별 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이 의심없이 받아들인 수체계는 히한하게 일생을 함께 간다. 심지어 죽어가는 순간에까지 죽는 사람은 기수와 서수의 구분법을 정확히 사용하여 자식들을 호칭한다는 점이다. 일번 아들아가 아니라 언제나 첫째야, 둘째야 하는식으로 호칭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숫자와 언어는 한번 우리의 기억 속에 입력이 되면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 숫자 속에 숨어있는 깊은 의미를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왜 성황당을 지날 때 침을 세번 뱉고 깨금다리로 자신의 나이만큼 콩콩거리며 뛰어가야 하는지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숫자가 그만큼 우리들의 기억속에 의심없이 입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수의 체계와 역사부분과 수의 소사전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의 역사와 체계부분은 그동안 우리들이 많이 접해 보았던 수의 역사이다.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은 수의 소사전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각각의 수에 대한 고대인, 그리스도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시각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 각각의 수가 의미하는 상징성이라든가 포함하고 있는 함축성을 읽어가면서 우리들이 알고 있던 기수와 서수라는 인식을 급속하게 신학과 철학 그리고 과학이라는 영역으로 이동해가게 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들이 독일어권의 인물들이기 때문에 중국과 인도 그리고 수학에 있어서 위대했던 마야와 같은 지역이 간단하게 언급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즉 유럽 중심의 숫자역사를 기술함으로서 반쪽의 숫자역사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다보면 숫자를 통해 인간 문명의 다양성과 다양함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통일된 숫자의 세계조차도 인간의 사고는 풍요한 자신들만의 관습을 만들어 냈다는 그 점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점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안네마리 쉼멜이라는 이슬람학의 대가를 만났다는 점 역시 큰 수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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