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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례, 포경수술, 성기훼손 - 세계에서 가장 논쟁이 된 외과수술의 역사
데이비드 골래허 지음, 변기찬 외 옮김 / 문화디자인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포경수술이라는 단어처럼 기묘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도 없는것 같다. 종교적인 차원에서의 수술에서부터 감방 안에서 불법적으로 시술되는 것에 이르기까지 포경수술은 남성적인 어떤 것으로 치부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포경수술의 가장 큰 피해자가 제3세계의 여성들이란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언젠가 외국기자가 찍은 사진에 아프리카-수단으로 기억된다-의 한 여인의 고통스런 표정이 담겨져 있었다. 그녀는 여성할례를 받은 사람이었다. 그 당시 여성도 할례를 받는가한느 의문보다 어디를 어떻게 시술하는지가 가장 큰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여성이 할례를 받을 때 음핵을 도려낸다는 것을 알았을 때 토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제3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여성들에게 강제적으로 할례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의 할례가 신에게로의 봉헌이란 거룩한 미사여구로 치장되어 있는 반면 여성의 할례는 음탕함의 제거라는 차별적 인식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 또한 충격이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벽화에서부터 유대민족을 거쳐 아랍으로 퍼져나간 할례의 신학적 의미는 아직도 정확히 규명된 것은 없다. 다만 그 행위 자체가 정화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즉 인간의 피-제물-대신 한 부분을 훼손하여 신에게 바침으로서 정결하게 된다는 이론은 지금도 많은 국가의 토속종교에서도 유효한 이론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유대교에서 시작된 기독교는 이 할례의 의식을 신과의 계약의 표시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상징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육체의 훼손으로 맺는 계약보다 마음의 회심으로 맺는 계약이 더 유효함을 언명하였고 할례를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음으로서 유대교와 같은 선민적 종교가 아니라 보편성을 가진 종교로 기독교를 이동시켰다. 이 결과 서구 세계는 할례의 열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문제는 아랍권에서 발생했다. 무함마드에 의해 창시된 이슬람교는 독립적인 종교가 아니라 중근동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유대교와 그로부터 파생된 기독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랍권지역은 이 지역이 이슬람화될 때까지 초세기 기독교의 사상적 요람지였다.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와 같은 곳은 신학의 양대 산맥이었다. 이런 지역이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종교는 어떤 차별성을 가져야만 하였다. 바로 그런 차원에서 할례는 시행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할례의 문제는 이슬람에서 할례를 받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이슬람교도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되고 말았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여성 할례의 문제가 처음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현재 전세계 28개국-대부분이 아랍과 아프리카-에서 매년 2백만명의 소녀들이 할례를 받고 있다. 이들지역에서 여성 할례는 전통적, 종교적 권위라고 선언하면서 시행하고 있지만 코란이나 성서의 어디에도 여성을 할례하라는 구절은 없다는 점이다. 바로 성서적 혹은 코란적 권위와 상치되는 이런 전통은 인위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인위적인 전통의 대부분은 기성질서의 수호를 위해 생겨난 부차적 조항이 통치의 수단으로 변모하면서 강력한 강제력을 갖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여성 할례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월적 관념의 또 다른 표출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여성할례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잔인함에 앞서 시술의 불결함이라고 할 수 있다. 시술자들은 대부분 소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는 도구를 이용해 수술을 시행함으로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할례의 후유증으로 사망하는지 통계조차 잡혀있지 않고 있다. 여성할례는 아프리카의 수단에서는 전체 여성의 90%이상, 이집트에서는 80%이상, 소말리아 89%, 에티오피아 90%, 지부티 98%, 나이지리아 50%이상이 시술을 받고 있다고 한다. 여성할례의 지역이 이렇게 아랍권에 집중하기 때문에 종교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대부분의 중동국가에서는 여성의 할례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 바로 이런 점이 여성할례에 대하여 우리를 더욱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원인이다.
사실 유대인들이 할례를 신과의 계약을 맺은 유대민족 고유의 관습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나 아프리카 오지에서 발견되는 할례를 보면 꼭 유일신 야훼가 유대민족과와 독점계약을 체결한 것만은 아닌것 처럼 보인다. 즉 할례의 종교적 의미는 그만큼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할례가 하나의 이슈로 등장한 것은 맹장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대부분의 장을 남성의 할례에 할애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인 여성의 할례는 불과 1개장만을 할당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할례는 남성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할례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란 점이다. 그 반대편에 남성 할례의 우월적 지위가 존재하고 있다. 남성들이 집착하는 할례의 종착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천박한 비아그라의 세계와 유사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 할례의 종착점은 끊임없는 수모와 고통과 충격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여성의 성감을 억제함으로서 얻어지는 남성의 가학적 세계만이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