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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나의 인생
레이다르 옌손 / 오늘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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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생이 "개"와 같다면 그것은 분명 성공한 삶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 말의 단어 가운데 개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치고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개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살구도 개살구가 되고 나리도 개나리가 된다.망나니도 개라는 단어가 첨가되면 상급 망나니로 변질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글자적 유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오히려 왜 잉그마르의 인생이 개와 같은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된다.
잉그마르는 어찌보면 생각이 많은 어린아이일지도 모른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움직이는 것보다 사고하는 무대인지도 모른다. 그의 생각은 당시 벌어지고 있던 58년 제6회 스웨덴 월드컵의 우승팀에서부터 우주로 사라진 소련의 우주선에 실험용으로 태워진 라이카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주제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너무 어렵고 어른들과의 대화를 하기에는 잉그마르가 너무 어리다. 그에게 있어서 대화는 사고의 한 축이라고 할 수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을 살짝 엿본 어른들은 잉그마르가 어린이 답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어른들의 일방적인 판단은 잉그마르를 절망하게 만든다.
잉그마르는 아버지를 기다린다. 그 아버지는 선원으로 잉그마르를 언젠가는 남쪽으로 데려가기 위해 올 것으로 믿고 있다. 그 반대편에 몸이 아픈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는 요양을 위해 떠나가면서 잉그마르를 자신의 동생에게 보낸다. 졸지에 고아아닌 고아가 된 잉그마르는 스모랜드의 외삼촌 집에 맡겨진다. 형과도 헤어져 해군경력이 유일한 자랑인 외삼촌과의 생활은 잉그마르에게 있어서 자신들이 기르던 개 시칸과 같은 의미일 수 있다. 형과 자신이 헤어지게 되고 기르던 개는 데려갈 수 없어 다른 집에 맡겨야만 하는 시칸. 그 시칸은 자신이 왜 다른 사람들의 집에 맡겨지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하지만 잉그마르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저 먼 바다로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굳게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이 일찍 성숙함으로서 세상을 동년배의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아주 조금 먼저 알아버린 소년에게 아버지는 자신의 희망사항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안다는 사실이 잉그마르는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아픔인 것이다. 그래서 잉그마르는 양철북의 오스카 마째라트와는 다른 길을 모색한다. 오스카는 성장을 멈추었지만 잉그마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가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에게 오지 않는 아버지, 그 반대편에는 어른이 된 자신이 아버지를 찾아 떠나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의 잉그마르는 열세살의 어린 아이일 뿐이다. 외삼촌 집에 의탁해 있는 그 열세살의 자화상이 개같은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