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주의의 한 연구

아시아 연대와 일본제국주의
한상일 지음 / 오름 / 2002년 3월

이 책은 일본의 우익에 관한 심층적인 해부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일본 우익의 핵심인 <흑룡회>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들이 표방하는 이념과 한국. 러시아. 중국에 대한 생각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흑룡회의 실질적인 핵심인물이었던 우찌다 료헤이內田良平1874-1937의 삶 가운데 가장 왕성한 시기였던 1916년까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본 우익의 중심 세계관과 사고체계를 아는 입문서 구실을 할 수 있다.

일본의 우익은 1985년 청일전쟁이 끝나고 시모노세키조약을 통해 일본이 획득한 요동반도, 팽호열도, 대만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곳인 요동반도를 러시아. 프랑스. 독일의 삼국간섭에 의해 다시 청에게 돌려주어야만 했을 때 일본의 우익들은 단체를 결성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게 되었다. 이들의 목표는 몽고. 시베리아. 만주. 조선을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여 거대한 일본제국을 건설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뜻을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이름마져도 흑룡강을 뜻하는 흑룡회로 하였던 것이다.

사실 우찌다 료헤이가 활동하던 시기는 일본제국주의의 영광의 시기였다. 청일전쟁으로부터 시작하여 대만을 식민지화하고 노일전쟁에서 승리하여 한국을 합병하였고, 만주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 대하여 모욕적인 21개조의 요구를 함으로서 본격적인 대륙 침략의 길로 들어서던 시기였다. 이 시기는 섬나라 일본이 그동안의 고립에서 벗어나 서구열강과 대등한 지위에 올라선 시기이기도 했다. 바로 이런 제국주의의 팽창기에 일본의 우익들은 일본의 대륙침략의 선봉에 서서 맹활약을 펼쳤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동안 역사적 실체로서의 존재가 히미했던 <大陸浪人>이라는 실체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점에서 의미가 깊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浪人이라는 단어에 스며있는 낭만성만을 생각한 나머지 이들이 명치유신으로 몰락한 하급사무라이 계층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새로운 체제 내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지하세계의 범법자가 되는 길보다는 정부의 비공식적인 하수인이 되기를 자청한 집단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서구열강이 식민지를 확장할 때 종교와 선교사를 먼저 보내듯 낭인들을 먼저 침투시켰던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종교를 무기로 삼지 않고 우호단체나 친선단체의 성격을 띠고 침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활동보다는 그 지역의 유력인사들을 뒤에서 원조하는 방식으로 활동함으로서 그 존재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또한 특색이라 하겠다. 이들이 역사의 전면에 공식적으로 나선 적이 딱 한번 있는데 그것은 조선에서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였다. 당시 이들 낭인들이 맡은 임무는 공식적인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없었던 일을 대리한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대륙 낭인으로 지칭되는 일본 우익의 모습인 것이다. 이들은 언제나 일본정부의 심중을 헤아려 정부와 긴밀한 협조 아래 조직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했던 것이다.

결국 일본의 우익은 어찌보면 정부의 비공식적인 행동대라고 볼 수 있는 조직인 것이다. 이는 일본 우익의 뒤에는 일본정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우익은 1910년대에 이미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확립한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념은 1895년부터 1945년 패망할 때까지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지배했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록 실?했지만 자신들이 하나의 이념으로 무장하였을 경우 어떤 힘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경험한 이념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일본 우익의 탄생과 발전을 다룬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독도 문제에 대하여 일본 대사관으로 몰려가 시위하고 일본 정부에 항의를 할 수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것은 일본 우익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우익과 일본정부와의 관계를 인식한뒤에 그에 맞는 정확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우익은 우리의 항의에 결코 굴복할 집단이 아니다. 이 책이 다시 나왔다는 그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일본 제국주의의 한 연구:대륙낭인과 대륙팽창>이란 제목으로 이전에 출간된 책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한 연구:대륙낭인과 대륙팽창>이란 책은 1982년 망원동 주택가를 지나다가 그곳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책방에서 구입하였다. 그 작은 책방에 어울리지 않게 서가에 꽃혀있던 이 책의 앞면에는 1980년 8월 30일 초판 발행이라고 적혀있었다.이 책을 단숨에 읽고 느낀것은  한일수교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였다. 올해는 한일수교 40주년의 해라고 한다. 아직도 일본우익에 대한 이 책을 능가할 만한 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혹시 우리만 달라진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