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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기쁨. 다니엘라 ㅣ 혜원세계문학 86
루이제 린저 지음 / 혜원출판사 / 1995년 4월
평점 :
절판
열차가 서고, 한 여인이 내리고, 기차는 떠난다. 그리고 외로운 역에 홀로 남겨진 여인은 자신의 부임지인 탄광촌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어두운 밤과 짙은 안개, 그리고 광부들이 마셔대는 독한 火酒와 땀냄새, 아가씨들이 웃어제끼는 소리가 간간히 흘러나오는 거리. 이 풍경이 20살의 다니엘라가 맞부딛힌 현실이다.
부임한 학교의 교장선생은 알콜에 절어 그 옛날의 이상을 상실하지 오래이고, 탄광촌의 아이들은 7살만 되면 스므살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존재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교장은 말한다. <대로 둬. 어차피 구제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대로 조용히 있다가 가버리면 그만인 거야.> 그러면서도 교장 자신은 이 거대한 현실을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는 이 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속으로 알콜을 부어대면서 서서히 익사하려한다.
마을 사람들은 교장을 바라보며 기묘한 감정을 느낀다. 배운자였고, 가르치러온 자였지만 지금은 자신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그 사람. 과거의 그보다는 현재의 그에게 신뢰심을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이 생각을 통해 자신들이 영원히 소외되어 있음을 뼈져리게 느낀다. 바로 이 폭발점에 도달하면 교장을 경멸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들을 향한 비웃음인지도 모른다.
이 마을에 종교란 어떤 것일까. 마을의 성당은 이곳에 히미하지만 그래도 구원의 손길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그 구원은 허름하고 퇴색해가는 성당의 건물에서 결코 오지 않는다. 밀이 낱알로 존재할 때 빵이 될 수 없듯이 구원은 희생의 피를 먹어야만 겨우 히미하게 눈 앞에 드러나는 것이다.
탄광촌의 사람들은 다니엘라를 <왔다 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도시의 부자집 딸이 이곳에 왔다는 그 자체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그들은 말한다. 쓸데없이 일을 벌여놓고 아이들 가슴에 잔뜩 바람을 불어넣은 다음 사라지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다 임기를 마치면 조용히 떠나라고 충고한다.
교장. 신부. 다니엘라의 모습은 이 탄광촌에서는 영원한 이방인이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타파하는 것은 이들 이상으로 타락하여 이들의 신임을 얻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모순일 수밖에 없다. 결국 죽어야 산다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