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쇠망사 8
Edward Gibbon / 대광서림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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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기본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11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저서이다.  시기적으로도 서기 96년부터 시작하여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1세 팔레올로구스의 1453년에 이르는 방대한 시기를 담고 있다. 대략 1천5백년간의 역사 기록을 담고 있기 때문에 로마제국의 역사 이외에도 로마제국과 관계있는 주변의 역사도 자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본의 이 저서는 서구 고대와 중세를 아우르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로마제국의 흥망을 기술한 것 이외에도 고대와 중세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특히 8권은 고대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중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만 할 부분이다.

고대 기독교는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312년 로마의 종교로 공식 인정받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기독교적 세계관과 로마로 대표되는 세속적 권력과의 관계는 여전히 불분명한채로 남겨져있는 상태였다. 이는 고대 기독교가 아직도 확고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형성시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는 고대 로마의 기독교의 모습과 신학적인 문제를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세력과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 세력의 경쟁에서 파생되는  초세기 기독교의 문제-성상파괴운동-를 심도있게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동방과 서방교회의 대분열이 당시대에 양측의 문제로 인한 갈등에서 벌어진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것은 아주 오래된 경쟁관계에서 일어난 필연적인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독교에 저항한 많은 이단종파에 대한 기술은 다른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특히 기본이 다루고 있는 이단종파는 네스토리우스파, 야곱파, 마론파, 아르메니아파, 콥트파, 아비시니아파와 같이 서구 기독교적 입장보다는 고대 기독교의 전통을 충실히 보존하고 있는 제파들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발전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사적 입장에서도 아주 훌륭한 저술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기본이 언급하고 있는 이들 종교는 지금도 꾸준히 소수이긴 하지만 명맥을 유지하면서 고대 기독교의 모습을 현재의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소중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로마와 가장 강력한 고대의 라이벌이었던 페르시아의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다. 페르시아는 고대 로마의 황제에게 서신을 보낼 때도 로마와 자신을 세상을 지키는 두개의 눈으로 기술할 만큼 대등한 제국이었다. 그리고 로마는 라인강 이동으로 더이상 제국의 영역을 확대하지 못한 것이 게르만족 때문이었다면 유프라테스강 이동으로 영역을 확장하지 못한 것을 페르시아 때문이었다. 물론 페르시아는 각 시대 마다 다른 왕국의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게르만족이 야만족으로서 로마의 두려움과 경멸을 받았다면 페르시아는 로마와 대등한 문화적 역량-더 나았을지도 모른다-을 과시함으로서 로마를 두렵게 하였다.  로마가 게르만족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교화를 시키는 방향으로 나갔지만 페르시아와는 언제나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페르시아를 바라보는 로마의 시각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런 페르시아가 호르스 대제 이후 분열의 길로 접어 들어 쇠망해 가는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즉 이 책은 우리들이 중심의 역사로 배우는 교과서적인 것 이외에 주변부의 역사를 맛볼 수 있게한다. 그럼에도 기본의 영국적 시각은 가끔 책을 읽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영국적 코스모폴리탄이었던 저자의 어쩔 수 없는 편견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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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트리오스 2005-03-1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듯한 조금 부자연스러운 번역만 제외한다면 정말 괜찮은 것 같습니다. 리뷰에 쓰신 것처럼 다른 책에서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이 나와서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dohyosae 2005-03-1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입니다.데메트리오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