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드 신화집 - 변신이야기
오비디우스 / 솔출판사 / 1993년 12월
평점 :
절판


여기에는 신이나 인간이 동물이나 식물로 변하는 1백10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사실 인간들에게 있어서 변화의 세계는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태고의 인간들은 자연현상 특히 달의 차고 기울어짐에서 한 사물이 어떻게 변화하며 그 변화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신비한 경험을 체험하였던 것이다. 그믐의 두려움과 초승달로 상징되는 희망의 싹, 보름달의 환희와 그 뒤에 오는 기울어짐의 미학은 고대인들이 변화를 하나의 사물속에서 다양하게 체험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자연현상의 변화가 종교적 상징의 변화로 이전되면서 인간들은 변화의 자연에서 느꼈던 경이로움보다는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다. 오비디우스가 기술한 변신의 이야기는 경이로움의 세계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신의 능력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몇 몇 이야기는 신의 자애로운 자비심을 보여주지만 대부분의 다른 이야기들은 신의 가차없는 보복에 따른 변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그리스신화를 사마천의 사기에 견주어 본다면 올림푸스산에 거주하는 12신의 이야기는 本紀이고,  기타 하천이나 산 그리고 지역의  신들은 世家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변신의 주인공들은 신화속의 列傳인 셈이다.

우리는 사기에서 열전을 재미있게 읽는 이유는 그 안에 인간사의 모든 요소가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 우정과 배신, 인내와 환희 등등 모든 요소가 열전이라는 장르 속에 들어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 신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신과 인간의 대립과 조화의 이야기는 바로 이 변신의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에 나타나는 변신의 요소는 신과 인간의 경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신들의 경우에는 이기심의 충족이나 도움의 요소로 변신이 행해진다. 제우스의 바람기는 그의 탁월한 변신에 의해서 가능할 정도였다. 즉 신의 변신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가능한 요소라는 점이다. 신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경우 아무때라도 변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인간들은 인간 능력의 한계로 인해 변신을 할 수 없는 존재이다. 때문에 이들의 변신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었다. 이런 불평등은  당시 로마인들이 인간의 존재와 근원이 신에게 종속되어 있음을 굳게 확신하고 있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들은 변신을 통해서도 자신의 능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신과 인간간이 불평등한 관계는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서는 일상적인 것이기에 당대의 사람들도 어떤 모순을 느끼지 못하였다.  인간의 경우 변신을 하게 된다면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새로운 변신의 모습이 자신의 미래가 되는 것이다. 신의 능욕을 피하기 위해 월계수로 변한 다프네, 제피로스의 심술로 죽은 히아신스, 신의 저주로 수선화가 된 나르시소스는 인간의 한계성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스 신화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변신은 가톨릭의 聖變化Incarnatio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빵과 포도주가 육체와 피로 변한다는 가톨릭의 변화는 신화와 종교의 본질적인 문제를 말하고 있는듯 하다.

오비디우스는 로마 제정 초기의 어용문필가였다. 그는 황실과 귀족들의 후원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말년에는 필화로 인해 일리리쿰지역으로 유배를 당하였고 돌아오지 못한채 그곳에서 사망하였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그의 작품은 항상 일정한 선을 유지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가 이런 변신을 기술하였다는 것은 어쩌면 황제에 대한 찬가를 기술한 것인지도 모른다. 황제와 그의 신민들의 관계가 이 변신 속에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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