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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를 다시 본다
송기호 지음 / 주류성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1998년은 발해가 건국된지 1천 3백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 해에 우리는 역사속으로 사라져간 한 왕조를 기념하기 보다는 금을 모으며 IMF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발해는 역사적으로 볼 때 고구려와도 참 인연이 깊은 나라였다. 고구려의 발상지인 만주지방에서 건국이되었고, 고구려의 후예답게 자신들 역시 天孫의 후예라고 자처하였던 나라였다. 그리고 우리는 국사 시간에 한민족 최대의 영역을 확보했던 나라를 고구려라고 배우지만 사실 발해의 영역이 고구려의 영역보다 더 컸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발해가 잊혀짐으로서 그 영역 또한 잊혀진 것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발해에 대한 단상을 여러 곳에 발표했던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관된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기 보다는 발해라는 한 왕국에 대한 개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 점이 발해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는데 장점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용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 예로 저자는 발해가 건국된 지역을 만주로 할 것이냐 동북지역으로 할 것이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방위를 뜻하는 동북지역을 중국측이 사용하는 지역의 이름이라고 한다. 이는 이 지역이 중국의 역사적 권역에 속하는 지방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이 용어의 반대편에는 만주란 용어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일본인들이 만든 용어라는 것이다. 이 용어는 만주가 독립적인 지역이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즉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만주와 동북지역이라는 단어 속에는 중국과 일본이 바라보는 이 지역에 대한 속뜻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발해의 역사가 얼마나 복잡한 국제정치의 역학구도속에 자리잡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사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발해는 중국, 러시아로부터 자국의 역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1980년대를 기점으로 중국은 발해사를 자국의 영역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런 결과 중국 역사 교과서의 당왕조 지도에는 발해와의 국경선이 사라져 버렸다. 중국측이 이렇게 발해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자 제정러시아때부터 만주지역에 관심을 보여온 러시아 역시 발해를 중국과 한국의 역사에 떼어내어 독립적인 왕국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발해는 러시아, 중국, 한국의 역사로 갈라지게 되면서 체계적인 역사를 조망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국민의 발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발해 건국 1천 4백주년이 되는 2098년에는 어느 나라에서 폭죽을 울리며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치를지 궁금해 진다. 만물이 유전하듯 역사도 돌고 돌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