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에로틱한 영화 베스트 50
매이틀랜드 맥도나우 / 천마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구입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목차를 보면서 내가 보았던 영화를 기억해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을 영화관 혹은 비디오를 통해 보았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내 스스로가 이런 영화를 어지간히 밝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약간의 변명을 한다면 에로영화와 에로틱영화의 차이는 글자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아주 크다는 점이다. 에로틱 영화와 에로 영화의 차이는 간단하다. 두 남녀가 숲속의 자동차 안에서 요상한 짓거리를 벌이고 있다면 에로틱 영화이다. 하지만 두 남녀가 숲속으로 들어가고 카메라는 숲속 밖에서 숲을 계속 찍어 대고 있다면 에로영화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는 대부분 우리의 귀에 익은 영화들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서 몇 몇의 영화는 그것이 과연 에로틱한 영화였는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1946년에 만들어진 리타 헤이워드주연의 <질다Gilda>를 읽으며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은 팀 로빈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쇼생크 탈출>에 나온 영화의 영화속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책의 저자인 매이틀랜드 맥도나우가 염두에 둔 이 책의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저자는 에로틱과 야함을 같은 위치에 배치하지 않는다. 저자는 선정된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에로틱 영화의 안내서로 착각한다면 큰 실망을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에로틱한 영화로 선정된 <사관과 신사>의 경우 고등학생 입장가의 영화였다. 그래서 어른들보다는 고등학교 남.여학생들이 많이 관람한 영화였다. 이런 영화가 에로틱한 영화라니... 나의 기억속에도 이 영화에서 야한 장면을 굳이 찾아보라면 보트를 타고 가면서 엉덩이를 까는 무닝mooning정도가 아닐까. 차라리 이 영화보다는 다이앤 키튼이 주연한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가 더 야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내가 이 책에 나온 50편의 영화 가운데 정말 에로틱한 영화라고 생각한 것은 검열의 포탄속에 누더기가 되어 비디오로 출시된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The Night Porter>였다. 성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세월이 흘러 흘러 아주 오래 흘러도 그 어떤 방아쇠가 작동하는 순간 다시 옛날의 그 순간, 가해자와 피해자로 되돌아간다는 그 법칙은 성의 탐닉이란 이렇게 끈질기고 무서운 것이란 것을 느끼게 한 영화였다. 물론 이 영화는 페미니스트들에게도 유대인들에게도 비난을 엄청나게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 이후 혐오스럽지만 은근히 즐기는 수용소 영화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계기를 마련한 영화였다.

영화는 영상의 미학이기 때문에 그 표현의 방식에 따라 이해하는 부분이 각자 다를 수 있다. 즉 감독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영화를 보는데 있어 하나의 참고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참고서가 우리의 상상력을 제약하듯 이 책 역시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는 사고의 제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배우의 이름이 정말로 우습게 표기된 것이 한 두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책은 약간의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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