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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중국인의 생사관 ㅣ 서울대학교동양사학강의총서 9
마이클 로이 지음 / 지식산업사 / 1989년 12월
평점 :
품절
외국인-영국인-이 고대 중국의 생사관을 저술했다는 그 자체가 무척 재미있게 느껴진다. 저자인 마이클 로이는 중국고대의 완성을 미신의 세계에서 사상의 세계로 편입되어 가는 과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오래전부터 무속적인 의미로 사용되던 이미지들이 시간의 과정을 통해 경전화하여 완성되어 하나의 틀을 갖추게되면서 고대적 환경이 완성됐다고 보았다. 저자는 사상의 경전화가 중국 고대인들의 사고방식을 고정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그의 관점은 중국 고대인들이 심취했던 4가지 사상-유가.도가. 묵가. 법가-이 중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서 서술하는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서 잘 드러난다(이는 저자가 책의 많은 부분에서 현실적 감각이 뛰어난 왕충의 논형을 많이 언급하고 있는것을 주목하면 잘 이해할 수 있다) . 그리고 가장 법률적인 강제력이 강했던 중국 최초의 秦제국과 漢제국 그리고 중간의 新왕조의 특성을 통해서 어떻게 중국 고대의 다양한 사상이 하나로 통합되어 가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서 볼 것은 사상의 통합에 황제권의 강화가 아주 크게 일조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역대왕조들이 진제국과 신왕조를 폐덕의 왕조라고 비난하지만 사실 중국적인 왕조의 질서는 이 두 왕조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두 왕조가 표방한 법치주의적 관점과 이상주의적 관점은 후대 왕조들이 역성혁명을 성공한 주체들이 주장했던 것이고 결코 포기되지 않았다. 이 둘은 매우 이질적인 것임에도 왕조의 지배자들에 의해 교묘하게 융합되어 하나의 통치체제로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즉 왕조는 통치질서를 위해서 진제국의 법치를 강조했고,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융합을 위해서는 신왕조의 덕치주의적인 관점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법치주의적인 사상이 중국의 고대 초기에 선호되었던 사상이었지만 진 제국의 멸망으로 법 이상의 그 어떤 것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 부족한 부분은 결국 신왕조에서 잠시 채용했던 덕치주의적 관념으로 채워넣을 수 있었다. 이는 유학에 근본을 둔 것으로 법치에서 유학으로 사상전환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렇게 법가. 묵가. 도가와 같은 법과 민중적인 사상은 유가라는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로 흡수되면서 중국의 백가쟁명이 판을 치던 고대는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즉 법치주의적 제도의 완성을 위해서는 경전을 덕치주의적 제도의 완성을 위해서는 예의 확산을 노렸다는 점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앞으로의 중국은 도덕과 법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은 어찌보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이 아니었을까...
마이클 로이는 이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와 천체관이 어떻게 변모해가는지, 변화의 주기가 어떻게 유학적인 시스템에 맞추어 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즉 단순한 우주에서 5행사상과 10간 12지, 24행도를 받아들임으로서 규칙의 우주로 이해하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우주의 생성. 순환. 소멸의 주기가 어떻게 오행의 개념에 맞추어 변해가며 그리고 왕조의 변화 역시 이 법칙에 맞춤으로서 우주의 질서는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법칙속에서 순환하고 있음을 말함으로서 모든 변화를 설명하려 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황제권이 완성되고 이를 위해 새로운 의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는 유교의 질서체제를 본받는것을 의미한다. 유교는 예를 중시하는 것으로 예는 어떤 의미에서 질서로 볼 수 있다. 즉 왕권이 전제되어 있는 것으로부터 질서가 세워져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배층을 祭禮와 지배이념을 만들고 이를 위해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여 제국을 다스리기 시작하였다. 상하 질서가 완성된 제국은 이제 천하의 인간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성문화하기 위해 경전을 완성함으로서 중국의 고대 세계는 완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