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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
마크 보우든 지음, 황보종우 옮김 / 청아출판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연휴동안 아주 재미있는 영화 한편이 방영되었다. <블랙호크다운>이 그것이다. 이 영화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크 보우든의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읽었지만 그리 재미있게 읽혀진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는 책과는 다르게 아주 박진감 넘치는 영상과 빠른 화면이 재미있었다.
정말로 소말리아에서 1993년 10월에 일어난 일은 이랬을까. 당시 이 작전에서 살해된 미군병사 2명의 시신이 벌거벗겨진채로 밧줄에 매달려 모가디슈의 시내를 끌려다니는 사진과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사진이 미국에 뉴스를 통해 그대로 방영됨으로서 미국인들은 소말리아에서 무엇때문에 자신들의 젊은이들이 죽어서 저런 대접을 받아야하는가를 외치게되고 이 결과 미군은 철수하게 되었다. 사실 이 전투에서 가장 큰 패배자는 미군이었고 가장 큰 승리자는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스Mohmmes Farrah Aidid였다. 그는 소총과 RPG-7이라는 무기로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을 곤경에 빠뜨렸고 물리쳤기 때문이었다. 이 결과 소말리아는 미군이 철수하면서 사실상 아이디드파가 장악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미군이 소말리아에 상륙한 이유는 아랍권의 국제적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를 제거하기 위한 명분이었다. 당시 소말리아는 30년에 걸친 장기독재를 실시한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가 축출된 이후 무정부상태를 지속하면서 각 파벌간 내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인정한 합법적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수도 모가디슈에서만 자신들의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조직들은 소말리아를 은신처로 삼게되었고, 미국은 이들을 쫓아 이 황량한 아프리카의 뿔까지 왔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월남전, 아프가니스탄에서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고 말았다.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가 전근대적 농업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와 전쟁을 할 때는 최첨단 무기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또 잊었던 것이다. 이 결과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또 한번 뼈 아픈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미군의 시각에서 기록된 것이기에 상대편인 아이디드의 민병대에 관한 행동은 미군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추측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민병대들은 미군이 시내로 진입하는 순간 고전적인 시가전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시가전은 적군과 아군, 민간인과 병사들이 뒤섞여 버리기 때문에 서로간의 작전에 많은 제약을 받는 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이디드측은 자국의 민간인을 방패로 삼아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군 역시 자위적인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함으로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했다는 점이다. 사실 소말리아 작전이 종료된 이후 미군의 사망자는 발표되었지만 아이디드의 민병대의 희생자수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소말리아인-민간인이 아니다-1천여명이 사상했다는 보고만이 발표되었다. 이 가운데 대략 반수인 5백여명이 사망했으니 모가디슈의 시가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전투기간은 10월 3일에서 4일에 걸쳐 일어났다. 즉 하룻동안 5백여명이 죽었다. 그리고 미군이 그렇게 사로잡고 싶어했던 군벌 아이디드는 1996년 종족간의 분쟁으로 살해되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전투와 전투에서 발생하는 인간적인 나약한 측면 그리고 전우애에 할당하고 있다. 그리고 미군의 가장 큰 장점인 전우의 시체를 남겨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군은 시신 한구를 가져오기 위해 병사 2명이 희생당하는 경우라도 그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미국 정부의 확고한 원칙은 병사들이 싸움터에서 자신이 죽음을 당하더라도 조국은 결코 잊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정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단 한번 그렇게 못한 것은 육이오 전쟁 당시 미 해병대가 흥남부두를 철수하면서 워낙 많은 피난민과 병사들을 수송선에 싣기 위해 부득이 희생자의 시신을 부두 외곽에 임시로 안장했을 뿐이다. 이 책은 미국의 정책보다는 정책에 의해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의 모습에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정책의 무모함이 빗은 비극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사실 군인들은 정부의 정책에 가부를 선택할 수 없다. 오직 군인은 전투로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설명할 뿐이다. 이 책 역시 그런 군인들의 이야기이다. 당시 미군의 사망자수는 20여명이 채 못되었다. 20대 500의 스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