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음식문화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3
맛시모 몬타나리 지음, 주경철 옮김 / 새물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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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시리즈 3번째 권으로 음식에 관한 유럽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유럽이란 세계가 강력한 신분제 위에서 구축된 세계임을 잘 알고 있다. 이 신분제는 의복에서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규제되고 있다. 심지어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에서 조차 신분적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언어적인 구분은 지금도 유효하게 살아있다. 이렇게 각 계층 사이를 구분하는 인위적인 벽은 지금도 알게 모르게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유럽의 음식문화 역시 이런 분위기속에서 발전해 왔다는 점이다. 중세시대 각 민족마다 독특한 음식체계가 있지만 기본적인 사상은 고정되어 있었다. 신분에 따라 귀족은 육식을 농민은 채식을 먹고, 농민은  땅속에서 자라는 식물의 구근을 귀족은  땅 위에서 자라는 식물의 열매를 먹었다. 그리고 육류도 귀족들은 대체로 살아있는 짐승을 사냥한 것을 선호한 반면 농민들은 돼지 하나로 만족하여야만 했다.  이런 자잘한 규제는 오로지 신분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이를 위해 교회는 기독교적 질서와 혼합된 신분제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다.  교회는 성서를 인용하여 <지체마다 역할이 다르듯이  인간 역시 신분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다>는 가르침을 통해 신분제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신적 질서의 하나임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귀족이 먹는 음식을 함부로 섭취하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입장에서 볼 때 단순한 밀렵자로 볼 수 밖에 없는 로빈 훗 일당이 셔우드 숲에서 사슴을 함부로 잡아 먹는 행위가 왜 당시의 권력자들이 위험시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행한 죄는 절도가 아니라 체제를 위협하는 반역죄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세 유럽의 귀족들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것은 고기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한 맛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란 것이 일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비싼 향신료를 사용한 귀족들은 신선한 고기를 즐겨 먹었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예를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역사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한번쯤은 새롭게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사실 고기의 자유로운 유통은 기후라는 가장 큰 적을 타개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당시 유럽의 기술적 수준으로 볼 때 가공된 육류의 유통은 염장법에 의해 가능하였지만 고기의 질은 저하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저자가 말한 살아있는 가축을 몰고 와서 그 자리에서 잡아 신선한 고기를 제공하였다는 것 역시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정복왕 윌리엄의 법에는 도시-즉 성안-에서 허가받지 않은 자가 고기를 도축하여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고기의 유통이 허가된 자에 의해서만 가능함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농민이 직접 고기를 팔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주목해 봐야할 것은 육식을 먹는 지배자인 귀족과 채식을 먹는 피지배자인  농민이란 관점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유럽이 대항해 시대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로 팽창하면서 원주민들의 음식습관에 유의하였다는 점이다. 유럽인들이  원주민들과 처음 상면하였을 때 대부분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던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유럽의 침략자들은 자신들보다 못한 지위에 있는것으로 생각했다는 점이다. 즉 육류를 섭취하는 자신들은 이들 원주민들보다 신분이 우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미리 판단했던 것이다. 이런 고정관념 속에서  다른 민족들의 다양한 문화적 우월성은 보이지 않게되고 오직 겉으로 드러난 음식문화를 통해 지배와 피지배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유럽의 왜곡은  제3세계 국가군들이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개발을 시작하면서 맹목적으로 유럽을 추종하였다는 점이다. 이 추종의 한 부분에는 식탁의 메뉴도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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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2-08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빈훗의 사례가 새삼 흥미롭네요. 못된 전통은 정말 끈질기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