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의 세계 - 양장본
루돌프 키펜한 지음, 김시형 옮김 / 이지북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암호는 기능으로 볼 때 Code와 Cipher로 나눠 볼 수 있다. Cipher가 평문을 문자의 순서를 바꿔 놓거나 문자를 다른 문자 혹은 숫자로 바꿔치기하여 사용하는 것이라면, Code는 미리 정해진 Code용어가 한마디의 말, 구절 또는 문장으로 쓰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호 다른 특성 때문에 Cipher는 구조적이기 때문에 송신자가 전하고 싶은 어떤 내용이든지 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Code는 미리 정해놓은 뜻만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Cipher는 해독의 위험성이 큰 반면에 Code는 해독의 위험성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정성의 면에서 Cipher보다 우월하다. 대부분의 경우 어느 나라든지 해군은 Code를 즐겨 사용하는 반면 육군은 Cipher를 선호하는데 이는 육군의 특성상 수시로 내려야하는 작전의 내용을 통신해야만 하는 까닭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암호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학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확률과 조합과 함수의 세계는 암호의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열쇠인 것이다.  즉 어떤 숫자나 문자도 결국은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에서부터 시작하는 암호해독의 작업은 정교한 퍼즐게임과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과는 상관이 없지만 로울린슨이 베히스툰비문을 해석할 때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고대 페르시아어에서 사용된느 언어의 형식에 주목하였다는 점이다. 즉 로울린슨은 페르시아의 왕들이 자신을 호칭할 때 관용적으로 붙이는 말에 주목하고 거기서부터 비문의 해석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암호-모르는 문자가 암호라면-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우리의 언어와 습관 혹은 버릇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암호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낭만성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려 노력하였다는 점이다. 암호에서 인간적인 낭만의 냄새나 흔적을 최소한으로 하면 할수록 암호해독은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애니그마라는 암호기는 이런 기계적인 암호의 효시라 할 수 있다.  물론 기계적인 암호도 종국에는 해독이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독되지 않는 암호는 없다고 한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이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상대편이 암호가 해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는 비밀 또한 유지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메마른 감정과 비밀이 암호의 절대적인 조건인 것이다.

이것은 암호가 복잡화되면 될수록 그 사회는 인간적 감정이 메말라가는 사회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불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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