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법
오비디우스 / 동심원 / 1996년 5월
평점 :
품절


로마시대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 물론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그 관점은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로마의 젊은이들은 남자나 여자 모두 사랑이라는 것에만 매달린 것처럼 보여질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오비디우스는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시대를 살던 사람이었다. 이 시기는 내전의 시대를 마감하고 번영의 시대가 개막되는 시점이었다. 이제 로마는 투박함에서 벗어나 세련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젊은이들의 의식 역시 변화하고 있었다. 이제 젊은이들은 전쟁 때문에 군대에서 복무해야하는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로마는 카토가 걱정하던 유약함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비디우스의 이 책은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요즘말로 말하면 베스트셀러였고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책이었다. 오비디우스의 연애법이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은 로마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제 로마의 젊은이들-이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나갈 주역이다-은 선배들의 강건. 소박하고 질박한 삶 대신 안락과 사치를 추구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로마는 이들의 안락과  사치를 받아들일만큼 거대하고 풍요로운 제국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팍스로마나Pax Romana의 시대가 개막되었던 것이다. 

사실 로마는 이 저서가 젊은이들에게 호응을 받는 순간 군사적 의미의 로마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젊은이들은 로마시민의 자랑이면서 의무였던 병역을 기피하기 시작했고 이 공백의 부분을 야만인을 수입해 매꿔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제 군대는 의무감과 충성심이 아니라 돈에 따라 움직이는 이익집단이 되었고, 이후 로마는 그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만 했다. 이 책의 기조는 스토아적인 금욕보다는 쾌락의 원칙에 따르라는 충고로 채워져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포인트였던 셈이다. 기성세대는 이런 논조를 싫어했을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도 감각적인 면은 생존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어찌보면 일본의 10대 잡지인 앙앙과 같은 분위기를 띄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인공적이면서 가식적인 면이 강조되면서 로마의 소박성이 경멸을 받아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다는 것은 로마를 위해서 어쩌면 불행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 당시 젊은이들의 관심분야와 호기심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이 인류 역사상 연애기술법에 관한 최초의 저술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이전에 이미 인도의 카마수트라와 중국의 황제내경이 있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확실하게 느낀점은 시대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눈에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불만의 대상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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