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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유럽 ㅣ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1
조셉 폰타나 지음, 김원중 옮김 / 새물결 / 2000년 10월
평점 :
거울에 비친 유럽이란 책은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라는 26권에 이르는 방대한 총서의 서두에 해당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유럽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거울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비추는 것 같지만 거울의 상은 허상이란 사실이다. 거울 앞에서 왼손이나 오른손을 들어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거울은 결코 대각선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바로 좌우가 뒤바뀐 모습이 바로 거울인 것이다. 그리고 거울은 입사각과 반사각에 따라 저쪽편을 볼 수 있다. 즉 거울을 통해서보는 세계는 일직선의 세계인 것이다. 이런 우리의 편식을 바로잡기 위해 조셉 폰타나는 자신의 유럽을 거울 앞에 세우고 그 좌우가 바뀌어 이해되는 유럽을 우리가 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울과 폰타나의 거울을 90도가 되도록 붙여놓고 유럽을 바라보면 그동안 바뀐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왔던 유럽의 모습과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실감나가 다가올 것이다.
유럽 스스로 자신을 세계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럽이 오래전부터 세계의 주체로서 활동해 왔다고 믿고 있다. 이런 믿음을 갖게된 것은 유럽의 제국주의적 진출이라는 사건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언제나 자신이 아시아, 아프리카와 함께 세계의 삼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유럽은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게르만의 전통이 강했다는 사실이다. 이 변방의 문화는 로마가 동서로 분열되면서 더욱 뚜렷이 드러났는데 그것이 바로 중세이다. 중세는 유럽이 로마라는 허상 위에 세운 가상의 단일한 왕국이었다. 하지만 결코 중세가 끝날때까지 아니 현재까지 유럽이 단일한 제국이 되어본 적은 없다. 반면에 그리스권에 속한 동쪽의 로마는 서쪽의 로마가 붕괴되고도 무려 1천년 이상을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동로마제국은 역사 속에서 로마제국을 이어받은 제국이었다. 로마적 다양성과 포용성은 제국의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쪽의 유럽을 그리스. 로마적인 전통의 틀 속에서 이해하려 하였다. 물론 이런 사고방식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유럽의 모습을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 또한 유럽의 한 특징으로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의 사랑과 관용의 정신이라는 교리적 측면에서의 종교가 유럽에서 존재한 적이 없다. 물론 너무 과격한 단정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유럽이 아프리카의 노예를 거래하고, 남아메리카에서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학대한 것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이들에게 신의 왕국을 건설한다는 것은 평등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신의 왕국은 이교도를 제압하고 그들을 밟고 올라서는 가운데 형성되는 자신들만의 왕국이었던 것이다. 사실 유럽은 인디오들의 영혼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그들의 땅 속 깊이 숨겨져 있던 금과 은이었다. 이러한 결론은 유럽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구분지어왔던 야만과 문명의 어설픈 구분으로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역사학의 아버지라는 헤로도투스와 투키디데스는 그들의 저서를 통해서 유럽이란 세계를 변방의 세계와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들이 본 세계는 자신들의 관습과 다른 세계는 이상한 세계이며 야만의 세계였던 것이다. 이런 그리스. 로마적인 사고방식은 로마가 망한 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오히려 그 구분은 더욱더 강화됨으로서 유럽은 하나의 체계 즉 봉건제를 근간으로 하는 또 다른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즉 유럽은 팔레스티나에서 발생한 하층민의 종교를 부자와 상인들의 종교를 거쳐 제국의 종교로 변모시키면서 완벽하게 유럽의 종교로 변형시켰다는 점이다.
봉건제의 특징은 모든 것을 구분 하는 체제란 사실이다. 세계뿐만이 아니라 인간을 구분하는 봉건제도의 위계제도는 세계로 뻗어나갈 때 야만과 문명의 구분에 그대로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봉건제가 계서제를 기반으로 이뤄졌기에 필연적인 것이었다. 야만은 지배받아야만 하는 부류, 문명은 지배를 해야만 하는 부류. 이렇게 자연스런 구분으로 인해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자신들 스스로 문명의 편에 서버리고 말았다. 바로 그 역설의 유럽사를 폰타나는 다시 비춰보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봉건제도는 지중해 중심에서 대양으로 퍼져나가면서 제국주의로 발전하게된다. 그 발전의 토대는 봉건제도 속에 온전하게 잠재해 있었다. 길드라든가 장인제도의 계서제는 물론이고 종교에서 조차 위계질서에 입각한 체제를 구성했다는 사실은 유럽의 봉건제가 얼마나 계서라는 체제에 집착했는지를 알수있다. 이 위계질서는 교회와 권력이 최상의 위치에 위치하려 할 때 증폭되었다.
문제는 이런 유럽이 현대에 와서도 변모했는가하는 것이다. 대답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중세의 연장이란 관점에서 볼 때 유럽은 아직도 중세적인 질서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달콤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포장되어 있는데 바로 전통이라는 것이다. 전통적 질서가 강한 사회일수록 계서제의 흔적이 깊게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거울에 비친 유럽은 진보의 사회가 아니라 연장된 중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