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하우스
데이비드 보다니스 지음, 윤규상 옮김 / 도솔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마이크로Micro는 100백만분의 1의 세계이다. 이 세계는 워낙 작아 우리의 인식범위에서 곧잘 잊혀지는 세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세계는 아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세계는 아침 일찍 음속의 1배속도로 전달되는 자명종의 파동이 벽에 부딪치면서 파동 에너지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 우리를 귀를 자극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거실로 나와 세면실로 들어가지만 마이크로 세계에서는 그것은 결코 조용한 소리가 아니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우리 몸에 붙어 밤을 보낸 수많은 진드기들 역시 인간의 움직임에 깨어나 하루를 보낼 준비를 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보고 수세식 변기의 물을 내리면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물방울이 화장실 전체로 퍼져나가 우리가 쉬는 숨을 통해 인체로도 들어간다. 깨끗이 단장하고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때 식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정확한 사실을 안다면 식사를 할 기분이 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설사 그 사실을 알고 식탁을 아무리 깨끗이 닦는다하더라도 그 오염을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식탁의 틈으로 미생물들은 숨어 들어가 자신에게 닥친 위험이 사라지기만 기다릴 것이다. 집안이 조용해지면 엄마들은 진공소제기를 가지고 청소를 한다. 하지만 그 진공 소제기의 집진기 안은 벌레들의 우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심심하면 매점에 가서 구운 과자를 사먹는다. 그 과자를 깨물면 아삭하는 소리가 나는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과자속의 공기 주머니들이 터지기 때문에 나는 소리이다. 그래서 습기가 많은 때에는 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이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과와 같은 과일을 먹을 때 우리의 이빨이 과일을 씹는 순간 아주 작은 과즙이 시속 160킬로미터의 속도로 분출되어 나온다. 이때 들리는 아삭하는 소리는 실제로는 세포벽이 터지는 소리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하루정도는 스스로 禪의 세계로 침잠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세계를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리를 들어보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세계는 우리의 오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세계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오감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초월적 세계이다. 그러기에 이 세계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난다면 우리들은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말것이다. 마이크로의 세계는 아주 조용하지만 나름대로 시끄러운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저자는 이런 세계를 우리에게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도플러 효과, 앤트로피, 공간 왜곡, 불확정성의 원리, 상대성 이론, 위상수학, 토리올리의 힘과 같은 많은 과학적 이론을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과 마이크로의 세계와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우리들은 왜 인간을 작은 우주라고 부르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옛날 선사들은 내 속에서 우주를 찾으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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