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수의 역사
조르쥬 미프라 지음 / 예하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신문에 인도에서는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19단을 외운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접하면서 우선 떠올린 것은 인도의 수학전통이었다. 인도의 수학전통은 그 땅의 종교와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생성된 힌두교, 불교, 자아나교와 같은 종교는 인간과 사물을 바라보는 사고가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이들 종교는 이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타 종교-기독교와 이슬람교-와는 달리 확고한 고정점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인도는 자신들에게로 들어온 모든 문화를 자신들의 것으로 흡수하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사고방식에서 수학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되었던 것이다.

인도의 수학이 우리들에게 그리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것은 고래로부터 인도의 수학자는 시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산술적 문제도 곧잘 시적 운율속에 담아 제시하곤 했다. <사랑의 유희를 하는 동안 목걸이 하나가 깨졌다. 그러자 한 줄의 진주가 달아났다. 그중 여섯번째 진주가 떨어졌ㄷ, 땅에. 다섯번째것은 남았다, 잠자리 위에. 삼분의 일은 젊은 여인이 건졌다. 열번째 것은 연인이 붙들었다. 여섯개의 진주는 줄에 남았다. 독자여, 연인들의 목걸이에는 진주가 몇 개 있었는가?> 이 예문이 수학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러기에 인도에서는 수학의 건조한 공식을 외우는데도 시가 이용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구구단을 외울때 운율에 따라 외우고 그것이 평생을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 시적 효과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수에 관련된 몇 가지 책을 읽어봤지만-수학의 흐름(김용운), 영에서 무한까지(콘스탄스 레이드), 수의 신비와 마법, 재미있는 이야기 수학, 파이의 역사-이 책이 가장 재미있게 읽혔다는 점이다. 그만큼 수에 대한 다양한 예와 역사를 풍성하게 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책들 역시 나름대로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흥미와 지식 양면에서 이 책은 만족감을 충분히 준다고 본다. 그만큼 저자는 인도인의 혈관 속에 살아있는 수학적 시감각을 우리에게 여과없이 전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서문에서 아주 겸손하게 이 책은 인도에서 만들어져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해내려오는 아라비아 숫자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이런 겸손을 100% 믿을바는 못되지만  인도에서 만들어졌다는 아라비아숫자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저자는 인도가 수학의 종주국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은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큰소리치는 중국인들 조차 수학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의 수학계를 주름잡고 있는 다수의 인도인들을 볼 때 그 자부심 역시 헛된 것이 아님을 알게된다.

하지만 이 책은 인도의 수학은 아주 조금밖에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우리가 잘 모르는 원시종족들과 역사속의 민족들이 이용한 수학 혹은 수의 방식을 언급하고 있다. 즉 세계는 넓고 그 안에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살고 있지만 기본적인 수를 발견하는 과정은 아주 유사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인간의 지성은 인종, 색을 떠나 동일한 선상에 위치해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라 하겠다. 즉 수의 발견에서 인종적, 지리적 차이는 무의미한 것이다. 이들 원시적 수학자들은 삶속에서 기본적인 수를 삶과 연관시키며 창안하였다. 그 예를 하나씩 읽어갈 때마다 인류의 지성이 아주 오랜 옛적부터 환상적인 모험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과학 혹은 수학에서의 환상은 공상이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실현될 아직 오지 않은 현재라는 사실이란 점이다. 그래서 수를 가까이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세상의 차이란 의미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자들은 어찌보면 인류 역사에 최초로 나타난 평등주의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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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1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어느 초등학교에서도 19단을 외운답니다.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푸는 걸 봤는데
아이들의 완승으로 끝나더군요.
이 책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dohyosae 2005-01-1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