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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
험프리 미첼 지음, 윤진 옮김 / 신서원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스파르타 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엄한 규율과 강압적인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에도 스파르타식이라는 이름으로 근대 이후 서구에서 유행했을 정도로 이 나라만큼 작으면서도 역사상 크나큰 흔적을 남긴 국가는 드물었다. 우리는 스파르타라는 고유명칭을 곧잘 접두사처럼 사용한다. 스파르타~라고 명명되면 뒤에 어떤 단어가 붙어도 그것은 인간의 살과 피를 기대하기보다는 규율과 복종의 체제를 연상한다. 과연 스파르타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1952년에 출판된 것을 2000년에 번역한 것이기에 반세기의 흐름속에 드러난 스파르타에 관한 연구실적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오래되었지만 나름대로 장점도 많이 지니고 있다(이에 대한 보충으로 역자는 뒤에 이후 연구된 스파르타에 관한 서적과 논문의 목록을 첨부하고있다).
저자는 스파르타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제고할 수 있도록 당대 스파르타에 대하여 언급한 많은 기록자들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당시까지의 연구결과와 접목시켜 스파르타의 올바른 모습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그의 분석은 스파르타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으로 알고 있던 여러가지 상식적인 내용이 실제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저술가들이 스파르타에 대해 언급할 때 자신들의 경험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실은 모두 스파르타의 법률을 기초한 뤼쿠르고스에게로 돌린다는 점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실 많은 부분의 정보가 뤼쿠르고스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뤼쿠르고스의 이야기가 사실보다는 전설에 입각해 있다는 사실이 바로 스파르타의 진실에 접근하는데 얼마나 큰 장애물인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당대의 철학자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를 통해서 언급되어 있는 스파르타의 모습을 정확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들 대사상가들마저도 당시 스파르타에 대한 지식을 잘못 왜곡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왜곡의 끝자락에는 항상 뤼쿠르고스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로웠다.
스파르타에 대한 어떤 역사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이 책을 선택하려는 독자들은 신중히 생각해 봐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인 험프리 미첼교수는 그리스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경제사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장점은 스파르타의 토지보유제도나 화폐와 같은 공공재정의 장에서 아주 빛을 발하고 있으며, 다른 곳에서도 경제사가로서의 꼼꼼함이 저술의 장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흥미의 입장에서는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스파르타를 통상적으로 헬라스의 일부 혹은 약간 이질적인 헬라스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스파르타는 헬라스가 아니라 스파르타 그 자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파르타인들은 헬라스에 존재하던 수많은 도시국가들 가운데서 독특하게 그들만의 고유한 제도를 통해 자신들만의 고유성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이들은 헬라스적인 자율성과 이성의 존중보다는 규율과 복종의 가치를 더 귀하게 여긴 집단이었다. 이런 사실은 이들이 7살부터 60살에 이르기까지 군대적 규율속에서 생활했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그들의 공동생활과 공동식사가 헬라스 세계에서는 경이의 대상이 되는 관습이었다. 물론 공동적인 것은 30세 이후에는 개인의 가족과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짐으로서 약간 느슨하게 되지만.
스파르타인은 태어나서 구성원으로서 적합한지를 심사받은 이후부터 매 단계마다 자신에 맡는 집단에 소속되어야만 했고 17세 이후에는 전투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하였다. 그리고 24살 이후에는 전투 대열의 맨 앞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우리는 스파르타가 아테네와 전 헬라스의 맹주자리를 놓고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강철과 같은 규율과 복종이라고 알고있다. 그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타율적인 체제는 자신의 경쟁자가 소멸된 순간 철저하게 붕괴되는 길을 걸었다. 그만큼 스파르타의 체제는 구성원들을 훈련시킨 본연의 이유인 전쟁이 사라지면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결과 스파르타의 미덕-이것 자체도 헬라인들이 자신들이 의견을 통일을 보지 못하고 혼란된 상태일때만 부러워한-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전역이 로마에 의해 정복되었을 때 로마인들은 자신들과 유사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스파르타인들을 잘대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로마인들은 스파르타인들의 발상지로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하였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스파르타의 신화가 확립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관광지의 상품은 언제나 과장된 것이기에...
이 책은 스파르타의 신화를 벗겨내고 실체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