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크로노스 총서 2
한스 큉 지음, 배국원 옮김 / 을유문화사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80년대 한스 큉 신부가 한국에 와서 명동성당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그 강연의 말석을 차지하고 그를 직접 보면서 강연을 들은 기억이 있다. 독일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이루어진 강연이었기에 2시간 좀 넘은 강연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1시간정도 되는 강연이었다. 그는 당시 우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에 교회의 사명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교회... 그가 바라던 교회상이었다.

그 강연의 기조처럼 이 책 역시 살아있는 교회인가 아니면 건축물로서의 교회인가를 끊임없이 우리에게 물어보고 있다. 교회가 건축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면서 무생물체로 전락할 때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개혁의 외침을 역사의 예를 들어가면서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기에 교회는 예수의 말처럼 '항상 깨어있는' 살아있는 생물체가 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가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만큼 가톨릭 사제인 저자의 비판의 강도가 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비판이란 내부의 사정을 정말로 잘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 피상적인 껍질만을 아는 사람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톨릭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이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이었다. 그만큼 현대 교회의 탄생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던 사람인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서 현대적인 모습으로 탈바꿈된 교회의 모습이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려는 성향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비판은 애정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가톨릭의 유구한 역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역사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교회는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 현재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언명했던 많은 부분들이 후퇴했다고 하지만-이것은 저자의 시각이면서 또 가톨릭 내에서 진보적인 사람들의 시각이기도 하다-결국은 그 시행착오를 거쳐 다시 본래의 정신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그 역사성 속에서 그런 희망을 예측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가톨릭 신자들 뿐만 아니라 진보와 보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읽어보면 상당히 유익할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보편적인 주제를 종교라는 틀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부피가 상당히 적은 책에 속한다. 그래서 이 책만을 읽고 한 종교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제기한 저자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요지는 가톨릭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적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는 순전히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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