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베 발굴기 대원동서문화총서 12
아놀드 C.브랙만 / 대원사 / 199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네베는 고대 앗시리아의 수도였다.  이 도시는 수천년간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다가 1846년 레이아드란 영국인에 의해 발견될때까지 25세기동안 정확한 위치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의문의 도시였다. 이 책은 고고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오스틴  헨리 레이아드Austen Henry Layard의 이야기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바쳐 탐구해야할 것을 정하고 그것을 위해 일생을 매진하는 모습은 빅토리아 시대의 코스모폴리탄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즉 레이아드의 활동은 영국의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성공의 신화 그것이 바로 빅토리아 시대의 코스모폴리탄들이 추구했던 가치였다. 그럼에도 그의 발굴의 여정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준다. 유럽인들에게 구약성서의 세계는 그리스 신화의 세계와 함께 많은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다.  하지만 그리스의 신화 세계는 자신들에게 매우 가까이 있었지만 구약성서의 세계는 레이아드가 발견할 때 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유럽인들은 레이아드가 니느베를 발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열광하였다. 이제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는 열정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의 환상이 아니라 역사적인 실제였기 때문이었다. 에덴동산, 노아의 방주는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후에 쉴리만이 트로이를 발견했을 때 왜 유럽인들이 열광했을까?  그들은 쉴리만이 흙 속에서 발견한 황금덩어리에 열광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환호성을 올렸던 것이다. 전설과 신화의 세계라고 믿었던 한 이야기가 실재로 그 장소에서 오래 전에 있었다는 그 자체에 열광을 했던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고고학적 발굴이 아니라 동양에 대응되는 서양이라는 역사의 깊이에 대한 찬사였던 것이다.

레이아드와 쉴리만의 발견으로 유럽인들은 구약의 세계와 그리스 신화의 세계가 다 존재하는 것으로 판명되자 서양에 대한 동양의 우월감이 노골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이전까지 서양의 동양에 대한 관점은 질투와 시기에 의한 의도적인 무시였다. 하지만 고고학적 발굴에 의해 역사의 한 부분이 드러나면서 성서에 입각한 인종적인 우월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레이아드가 발굴한 니느베의 유적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여기에서 발굴된 유물 가운데 점토판의 가치 때문이었다. 이 점토판은 설형문자가 기록된  왕들의 이름-앗수르바니팔, 산헤립, 살만네살-이름이 실제로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대는 호메로스의 시대보다 천 년이나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였다. 유럽인들에게 중동에서 시행되는 고고학은 단순한 유적의 탐색이 아니라 종교를 향한 열정으로 인식되었다.

요나가 신의 말씀을 이행하러 간 도시 니느베를 레이아드가 발견하였을 때 유럽인들이 느꼈던 전율감을 상상할 수 있다면 고고학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믿는 종교에 대한 확신감은 그 종교에 대한 우월감으로 그리고 그 종교를 믿는 자신들이 가져야하는 세계에 대한 사명감으로 발전하면서 유럽의 제국주의는 힘차게 팽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인디애나 존스 1편 성괘를 찾아서를 부담없이 보며 즐긴다. 우리는 그 영화를 보면서 스쳐지나가는 영상을 모두 기억한다. 그리고 그 영상이 고고학적 지식과 결합될 때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그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형상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문화적 제국주의에 함몰된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4-12-29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경에서는 '니느웨' 라고 하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dohyosae 2004-12-30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