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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야기 - 위대한 8인의 꿈
노만 F. 캔터 지음, 이종경 외 옮김 / 새물결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한때 중세의 신비주의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특히 좋아했던 피오레의 요하킴은 정말 그 사상의 신선함에 나를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그를 통해 신비주의가 허공에 그려진 환상이 아니라 인간 정신이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다른 의미로는 정치적인 것임을 알았다. 신비주의는 결코 보이지 않는 환상을 ?는 것이 아니었다. 맨발의 요한이나 아빌라의 데레사, 빙엔의 힐데가르트와 같은 인물은 중세의 가장 훌륭한 신비주의자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교회의 개혁자였다는 사실이다. 이걸 볼 때 신비주의는 환상추적이 아니라 현실의 직시이며 그 결과 필연적으로 개혁이 뒤따른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요크의 로버트 그로스테스트와 베드퍼드 공 존을 만난 것은 행운 이었다. 랭카스터 왕가의 복잡한 족보 속에서 베드퍼드 공 존의 모습을 찾아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중세의 족보학은 문장학만큼이나 흥미를 돋워준다. 한 사람의 혈통이 어떻게 흘러나가고 어디서부터 흘러 들어왔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한 인간의 가정사를 아는 것과 함께 왕실의 역사를 그리고 더 나아가 중세의 역사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베드포드 공 존은 랭카서터 왕가의 황혼을 지켜봐야만 했던 인물이다. 그는 대륙에서 잉글랜드의 세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약간 정신병적인 기질이 있던 조카 헨리 6세를 대신하여 프랑스와의 전쟁을 관장하고 있었다. 그는 대륙에서 자신들의 이웃이자 적인 프랑스가 강력한 왕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중앙집권적 근대국가로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사실은 잉글랜드 역시 변모해야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왕은 불안정했고, 자금은 부족하고 있는 것은 의지 하나뿐이었다. 지금은 한적한 중소도시이지만 중세의 요크는 링컨과 함께 북부 잉글랜드의 종교.군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였다. 그리고 요크와 링컨은 사상적으로는 매우 진보적이었지만 정책적으로는 국수적이기도 하였다. 후일 헨리 8세가 교황청과 불화를 격고 있을 때 링컨의 주교는 <왜 우리가 로마의 명령을 따라야합니까>라고 직언을 하며 로마와 결별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이런 곳에서 그로스테스트의 생각을 통해 잉글랜드가 어떻게 영국적 경험론의 세계로 빠져드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여기에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런 인물들이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있는 주인공적인 인물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들의 사상이 새로운 사상을 낳게하는 기반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들은 언제나 역사의 한 순간 결단을 내려야만 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결단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실패는 훗날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저자인 노만 캔터는 이들의 실패를 이상주의자가 가졌던 특징이고, 인류의 구성원이면 누구나가 치루어야할 댓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세의 시대를 통해서 우리에게 제시된 고민의 대부분은 언제나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보르헤스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의 반복을 논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