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C. W. 세람 지음, 안경숙 옮김 / 대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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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책의 장점은 읽는 사람이 발굴된 유물과 유적에 역사적 사실을 대입하면서 그장소에서 일어났던 실제적인 사건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쉴리만이 트로이를 발굴하였을 때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이 그리스군이 트로이군과 싸우기 위해 하루동안에 해안과 성을 왔다갔다했다는 것과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싸우면서 트로이성을 세바퀴씩 돌았다는 것에 대해 숙고하였다. 즉 트로이는 해안에 아주 가까웠고, 생각보다 작은 성이었음을 염두에두었던 것이다. 쉴리만의 이런 접근방식은 이론 위주의 역사책 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역사를 체험하게 한다. 우리는 앗시리아의 군사적 잔인성에 대해 이야기는 들었지만 역사적 사실성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고고학에서는 앗시리아의 설형문자를 해독함으로서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 구약성경에서는 앗시리아의 침입을 <돌풍과 같다>는 한마디로 압축해 놓았다. 하지만 승전을 기록한 비문에는 더 자세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앗시리아의 설형문자와 비문에는 사로잡은 귀족들의 껍질을 벗기고, 불태워죽이고 손과 발을 잘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즉 앗시리아는 2000년 후 몽골인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한 선구적인 병사들이었던 셈이다. 쎄람의 이 책은 고고학이란 낭만적인 것이라는 우리의 선입견을 어느 정도 불식시켜 준다. 물론 세상을 돌아다닌다는 점에서는 낭만적일 수가 있고, 아가사 크리스티 처럼 메소포타미아지역의 고고학 발굴에 참여하였다가 재미있는 소설을 남기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고고학의 96%는 고통과 고독이 존재할 뿐이다. 옛사람과의 만남이 결코 화력한 분야는 아닌 것이다. 이 책에는 인류의 고고학사에 길이 남겨진 폼페이, 미케네, 트로이, 크레타, 로제타석, 투탄카멘왕의 무덤, 설형문자, 앗시리아, 수메르, 바빌로니아, 아즈텍, 마야, 톨테크의 발견과 발굴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물론 이 책은 49년도에 출판되어 69년도에 개정판이 나온 책으로서 현대의 고고학적 발굴의 성과를 토대로한 작업에는 미흡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특히 쉴리만의 트로이 발굴과 같은 것을 읽어보면 우리의 무령왕릉 발굴기와 너무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아쉽기도 한 느낌이 든다. 만약 당시 전문 발굴단에 의해 트로이의 유적이 세심하게 조사되었다면 우리가 오늘날에도 고전이라며 읽고 있는 일리아드의 내용을 좀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후 그리스 문명에 대한 이해도 한층 더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항상 역사에는 <만약에>라는 단어가 따라 다닌다. 그때...만약에... 이런 말은 어쩌면 역사의 한쪽면에 대한 아쉬움인지도 모른다. 쎄람의 이 책은 우리에게 낮선 중동 지역의 역사와 중남미 지역의 역사를 고고학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남미의 역사는 근대 이후에 유럽인들에게 알려짐으로서 철저하게 파괴된 역사이다. 이 파괴된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고고학 만큼 적합한 것은 없다. 깨진 토기를 한조각 한조각 맞춰 붙이듯 중남미의 파괴된 역사를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 하나씩 복원해 나가는 과정은 고고학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아주 어린 시절, 초등학생 때였던가... 야외로 소풍겸 사생대회를 간 적이 있었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할 일이 없어 비석 비슷한 곳에 남은 스케치북을 대고 크레용으로 막 칠해서 모양을 본 뜬 적이 있었다. 동전을 종이위에 놓고 하던 것과 비슷한 장난이었다. 잘 되지도 않았지만 그때 나타났던 희미한 글자의 모습은 무료한 시간을 죽이기에는 안성맞춤인 놀이였다. 가끔... 그것이 취미가 되고 직업이 되었더라면 좋았을것을...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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