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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이야기
박현숙 / 미래엔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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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래전 국사를 배울 때 수 많은 탑 가운데 백제의 탑은 우리 나라에 딱 두개-정림사지 오층석탑과 익산 미륵사지 석탑-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힘들게 안외어도 되니까- 놀란 적이 있다. 그만큼 백제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이지 우리 삶의 가까이에 존재하는 역사는 아니었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도시 전체가 유적과 함께 어울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여의 수도였던 공주나 백제는 한 왕국의 도읍지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남아있는 유적이 적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록 속의 백제는 일본에 천자문과 기술을 전해준 국가이고, 신라에는 아비지라는 기술자를 보내 기술을 전수해준 국가였다. 또한 중국의 요서와 요동지역에 강력한 해상 세력을 건설한 국가이기도 하였다. 이런 왕성한 활동을 한 국가의 실체가 잊혀진 것이 되었다면 무엇인가 크게 잘못 된 것이라 하겠다. 이 책은 삼백쪽이 채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백제를 아는데 아주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7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백제사의 연구 동향과 같은 자료는 일반 역사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동향을 통해보면 백제사의 범위가 한반도의 고구려.신라와의 관계속에 고정되있는 것이 아니라 동양사의 일본과 중국의 역사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백제사의 지방통치제도인 部-일본의 베部-의 문제와 담로제는 일본사와도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日本書紀 神代紀 四段 一書>에 보면 <陰神과 陽神이 성교하여 부부가 된 후에, 산달産月에 이르러 이들은 談路洲를 母胎로 大日本을 낳았다>라는 기록이 의미하는 것은 백제와 일본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만큼 고대 백제는 일본.중국과 활발한 교류관계를 지속하고 있었으며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가운데 백제의 국가 성격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백제는 우리의 고대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건국신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이다. 이것은 백제의 성격이 토착민들에 의해 건설된 국가가 아니라 왕성한 확장력을 가진 이주민집단에 의해 건설된 국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 마한의 강역에 국가를 건국한 백제는 선진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이 과정에서 백제는 고대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백제는 역사적으로 보면 패배한 왕국일 뿐이다. 즉 패배자의 역사는 승자가 만든 역사의 정당한 자리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백제는 신라에 의한 삼국 통일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저항한 지역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로 백제는 승리자들에 의해 의식적으로 폄하된 역사를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이런 백제의 모습을 그동안 이룩한 고고학적 발굴과 연구실적을 가지고 차분하게 우리들에게 밝혀주고 있다. 이런 차분함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백제를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바라보게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책 말미에 백제와 관한 논문과 연구서의 목록을 담아 놓은 것은 이 책이 단순히 읽을 거리로 남지 方?백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게하려는 저자의 보너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