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거짓말
Mark Monmonier 지음 / 푸른길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에코는 자신의 글에서 1:1 지도를 그리기 불가능한 이유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한 적이 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심각하고 냉소적이며 유머스러하게 이어나가는 에코의 글을 읽으면서 그 글의 뒤쪽에 숨어있는 진실을 언뜻 볼 수 있었다. 즉 실제 모습이 아닌 것은 어떻게보면 모두 거짓이란 의미를 에코는 반어적으로 지적한 것이리라. 실제로 우리는 지리시간에 수많은 지도의 이름을 배운다. 하지만 그 어느 지도도 실제와 같은 것은 없다. 지도에는 어쩔 수 없는 작은 거짓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그려진 지도를 보고 가장 가까운 항로를 찾으라고 한다면 대부분 그리는 항로는 가장 먼 길을 찾아 그리게 되어있다. 그리고 남극과 북극의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게 되어있다.  정적원통도법은 면적관계에서는 정확성을 유지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정거방위도법 같은 경우에는 어느 한 지점을 중심으로 최단거리의 대권경로의 정확한 거리와 방위를 표시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지도로서는 부적합하다. 이렇듯 지도는 종합적이라기보다는 필요에 의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점이 지도를 통한 왜곡과 선동이 가능하게하는 것이라 하겠다. 지도의 이런 불합리성은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옮겨 그릴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이것은 지도가 작성자 혹은 작성국가의 세계관이라든가 정책으로부터 시작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도가 정보 이외에도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지도에서 정보의 역할은 대단하다. 군 작전용으로 사용되는 1:5000의 지도는 군인들의 표현대로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확하고 자세하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사용되는 노선도 역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지도는 이렇게 이용되는 목적 혹은 사용하는 집단에 따라 얼굴을 달리하는 다양성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면 때문에 지도는 정보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예가 많다. 한 예로 73년 중동전쟁 당시 캐나다의 유대인들이 유대기금을 거둘 목적으로 작성한 팜플렛에 그려진 이스라엘의 위치는 아랍세계에 포위되어 있는 것을 강조한 그림이었다. 저자는 이 지도를 보면서 영토적 크기만으로 이스라엘의 처지를 보여주는 이 지도에는 이스라엘의 최첨단기술과 군사장비, 미국과 기타 선진국과의 밀접한 동맹관계를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지도의 선동성은 일차적인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서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외면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잠무 카시미르의 분쟁을 보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의 시각 역시 지도를 통해 알 수 있다. 파키스탄은 이 지역을 자국의 지도 속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반하여 인도는 이 지역을 자국의 영역 속에 포함시키고 있다. 반면 영국과 미국은 이 지역을 인도와 파키스탄이 점유한 지역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는 이 지역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표시해 놓음으로서 하시라도 영토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지도의 허와 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도는 자국이 타국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일차적이며 기본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지도의 왜곡이 가져오는 사태는 아주 심각한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도 동해의 명칭 문제와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역사적 지도문제로 이웃국가와 마찰을 빗고 있다. 이런 문제가 의미하는 현실의 정치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장점이라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구 식민 제국주의자들이 왜 그토록 지리에 관심을 갖고 지도의 제작에 몰두하였는가를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의문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왜 자국의 색과 식민지의 색을 일치시켰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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