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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불 ㅣ 빛깔있는책들 - 불교문화 59
김삼룡 지음, 송봉화 사진 / 대원사 / 1991년 2월
평점 :
미륵불은 현재불이 아니라 當來佛, 즉 앞으로 올 부처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륵불은 기다림의 응축물인 것이다. 그러기에 미륵은 현세의 세도가들이 기원하는 부처가 아니다. 고통받고 억압받는 자들의 부처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륵의 모습은 한결같이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볼이 도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올 세계는 고통도 없고 굶주림도 없다는 민중들의 바램이었을까. 미륵사상은 어찌보면 그 태생부터가 의미심상하다. 불가의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석가가 보살이었을때 미륵보살과 함께 부처가 되기 위해 수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늘의 뜻은 미륵이 현재불로 석가가 당래불로 결정되어있었지만 석가께서 수행을 맹렬하게 하여 100겁의 수행을 91겁의 수행으로 단축하여 미륵보다 먼저 성불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륵은 앞으로 민중을 제도하러 오기 위해 오늘도 성불을 위해 수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륵신앙은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기층 민중들의 의식 속에서 면면히 전해내려온 신앙이다. 그래서 미륵신앙은 소박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석존이 웅장한 대웅전에 모셔져 있다면 미륵은 민중들의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소박하면서도 고졸한 모양으로 동네 어귀나 산중턱의 바위벽에 미륵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 미륵의 역사는 기층민중들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한말 새로 창시된 동학, 증산교, 원불교 등이 모두 미륵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미륵 사상은 민중들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륵신앙은 농민들이 집중되어 있는 삼남지방-충청.호남.영남-지방에 집중되어 있고, 이 가운데 특히 충청. 호남의 옛 백제권에 집중해 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바가 크다할 것이다.
이 책은 미륵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 아니다. 미륵의 모습을 기록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부피는 작지만 아주 두꺼운 역사를 읽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미륵의 모습을 보면 그 온화한 미소와 후덕한 모습은 유홍준 선생의 답사기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누군가 <기다림은 곧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어쩌면 미륵의 세계와 딱 들어맞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 희망의 조각들이 우리의 땅을 뒤덥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가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것일까. 하기사 장길산의 시작이 장산곳 매에서 시작하여 운주사 천불로 막을 내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현실의 좌절은 미륵의 기다림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미당은 선운사 입구에서 동백꽃을 읊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