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음식 문화사
시노다 오사무 지음, 윤서석 옮김 / 민음사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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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일요일 음식 가운데 꼬꼬뱅Coq an vin이란 음식이 있다. 닭Coq과 포도주Vin을 이용한 닭요리이다. 5백여년전 프랑스의 앙리 4세는 민정을 시찰하다 백성들의 궁핍함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재무장관에게 앞으로 백성들이 일요일만이라도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라고 강력하게 지시하였다. 이것은 말 그대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라는 명령이었다. 그후의 과정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프랑스 신민들은 이후 일요일에 닭을 요리해서 먹는 관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닭에 대한 사랑은 프랑스의 상징 동물로 닭Coq gaulois을 선택한 것만을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음식을 통해 한 나라의 역사와 국민성과 그 나라의 미각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각이란 감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철학으로 상징되는 그 나라의 이성적인 관점과는 아주 다른 것을 의미한다. 미국같은 경우에도 청교도와 퀘이커가 지배하는 북부지역의 음식은 조악하고 간소한 반면, 영국 왕당파들이 자리잡은 남부의 음식은 기름지며 풍성하고 화려하다. 이런 차이는 남부와 북부의 기질적 차이를 형성하게 되고 사고방식의 상이함으로도 표현된다. 이런 차이는 딕시랜드와 양키 공화국으로 분리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식이란 이렇게 사람의 입맛 뿐이 아니라 생각도 변하게 하는 것이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중.일 삼국의 음식 문화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지역의 특수성에 맞추어 변형되면서 각 국가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중국음식이 이 지역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그 가짓수의 많음 이외에도 조리법의 다양함과 재료의 풍성함 때문이었다. 중국은 그 방대한 영토와 엄청난 인구로 인해 각 지역마다 드러나는 음식의 특성은 음식 문화의 천국이라는 유럽의 다양함을 능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음식의 대부분은 튀기거나 볶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많다. 이는 튀기거나 볶는 음식의 조리방식이 연료를 가장 적게 소비하는 조리법이기 때문이다. 즉 경제적인 이유에 의해 조리법이 선택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중국 요리의 다양함은  역대 왕조의 수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래 중국인들의 문명의 발상지이자 정신적인 고향은  황하와 양자강의 사이에 있는 중원이란 곳이다. 이 지역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국의 음식문화에 있어서는 행운이었다.  즉 중원은 양자강 이남으로 도작문화와 황하 이북의 밀과 잡곡의 문화와 겹쳐지는 지역이다.  이 결과 음식에서 기본이 되는 밥의 문화는 밀, 쌀, 잡곡등과 같이 다양함이 형성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되엇다. 그리고 한에서 당에 이르는 시기에  서역과의 활달한 교류를 통해 서역의 작물들이 들어와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 그리고 남중국해와 황해의 다양한 해산물이 결합되면서 중국적 음식문화의 한 요소를 형성하게 되었다. 여기에 북쪽의 유목민족이 중국에 들어와 왕조를 건설하면서-오호십육국시대, 원, 청의 제국- 유목민족의 육식문화와 유제품 음식문화가 첨가되면서 중국 요리는 말 그대로 천하를 아우르는 음식이 되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첨가되는데 그것은 종교였다. 불교에 의한 채식문화와 이슬람교에 의한 양고기를 중심으로하는 음식문화는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맛의 감각을 제공하였다.  불교 문화와 함께 전래되어 중국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차였다. 차문화는 남방에서 성행하였지만 선종의 영향으로 북방으로 이동하면서 차문화는 중국의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이 책은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처럼 음식 문화의 금기를 말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음식의 다양함고 풍성함을 즐기는 문화를 알려주고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의 한 편에는 "맛있음"이란 감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역사가 맛있다는 것은 그만큼 흥미롭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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