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살인 - 범죄소설의 사회사
에르네스트 만델 지음, 이동연 옮김 / 이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에르네스트 만텔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수탈된 대지를 읽을 때였다. 제삼세계 국가의 경제적 착취를 기술하면서 갈레아노가 많이 참조한 사람이 바로 만텔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 이름 하나를 더 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다가 즐거운 살인이란 책을 보았고, 작가가 에르네스트 만텔임을 알았다. 그의 프로필을 보니 맑시스트이며 경제학자라고 나와 있었다. 이런 사람이 가장 자본주의적 소설인 추리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겉표지를 싼 표지를 벗겨보니 앞 뒤로 빨간 색이 저자의 사상을 생각하게하는 분위기를 풍기기 보다는 중국집의 發財 복주머니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의도적인 표지를 뒤로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공산주의혁명을 성공시킨 러시아와 중국이 가장 자랑스럽게 서방의 자본주의자들에게 외친 말은 우리의 세계는 <매춘과 범죄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 말을 의도적으로 크게 외친 것은 공동생산, 공동분배라는 원칙에 입각한 공산주의 사회의 우월성을 과시하기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자본적 잉여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범죄란 어찌보면 덧없는 짓인지도 모른다.  러시아와 중국이 내뱉은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는 너희와는 다르다>라는 표현의 다른 색깔이었을 뿐이다. 그들의 색깔이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자본주의적 사고를 일체 거부한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서구의 기준에 적합한 범죄는 일단 신문의 앞머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앞의 설명을 좀 지루하게 한 것은 추리소설이란 철저히 자본주의적 유산이란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기 위해서였다. 즉 자본이 몰리는 곳에 부정과 압제가 있고, 그곳에 저항이 생겨나며,  이 저항 속에서 로빈 훗이라든가 양산박의 영웅들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이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할지라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체제저항자 혹은 범법자일 뿐이다. 민중의 영웅이 체제의 범죄자로 역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체제의 범죄자가 민중에게도 그렇게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호 모순적인 상황이 글로 표현될 때 추리소설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본이 소수집단에 집중되지 않는 공산주의 사회라든가 빈부의 차가 극심한 제3세계에서는 추리소설이 발생할 빈도가 극히 희박하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차이점을 바탕으로 만텔은 추리소설  속에 나타난 이데올로기를 설명한다. 만텔은 추리소설이란 순전히 자본주의적 발전에 근거한 돈을 따라 움직이는 범죄사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유한계급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일반의 삶과 괴리된 배경이 연출되는 것이다. 실제로 추리소설에 하위층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더라도 배경은 상류층인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돈의 흐름에 따라 범죄도 움직이는 것이다. 돈이 없는 곳에 범죄도 없다는 단순한 추리 역시 단순하게 맞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텔은 추리소설의 이데올로기를 부르조아적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러면서 만텔은 푸코가 후에 이야기할 권력의 체계화로 나아간다. 범죄가 조직화되고 거대화되면서 이를 전담할 거대한 독립적인 수사체제가 나타나야만 하게 되는 것이다(미국의 FBI와 CIA, 독일의 게슈타포, 소련의 KGB). 이 거대한 수사집단은 결국 하나의 거대한 권력으로 변하게 되고 국가 속의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 결과 국가가 하나의 거대한 범죄에 개입하게 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는 만텔의 분석은 경쾌하면서도 끔찍하다(CIA의 외국 지도자 암살사건, 소련 KGB의 반체제 인사 암사사건등). 반면 개인적 범죄는 집단화를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집단을 합법화하는 길로 걸어가게 된다고 보았다. 범죄집단은 불법적인 사업을 합법적인 사업으로 위장하면서 범죄의 세력권을 점차 넓혀가는 것이다. 이렇게 거대화되어가는 국가와 범죄단체는 긍국점에서 만나게 되면서 범죄의 한바퀴 순환이 종결되는 것이다. 만텔은 이 과정을 지적해  나가면서 각국의 추리소설과 범죄소설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이론이 이들 소설 속에서 어떻게 체화되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만텔은  이 책에서 자신이 맑스와 헤겔이 사용한 변증법을 통해서 분석을 시도하였다고 하였다. 즉 정-반-합의 관계를 통해 점점 발전해가는 범죄와 그 범죄를 추적하는 수사기관의 거대화를 암시하면서 만텔은 자본주의 사회의 무엇을 보았을까. 만텔은 결론적으로 부르조아 사회가 범죄의 사회라고 단언하였다. 만텔의 결론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범죄적 부르조아 사회의 악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그것이 바로 즐거운 살인의 과정이 아닌가하고... 또 너무 이상하게 나아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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