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제국 1871~1919 크로노스 총서 3
미하엘 슈튀르머 지음, 안병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독일처럼 유럽의 중앙부에 자리잡고 있는 국가가 19세기 후반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통일된 민족국가를 형성했다는 사실은 역사를 읽어가면서도 참 당혹스럽다. 독일민족들은 오토 대제가 신성로마제국의 왕관을 쓰고 즉위한 시점을 제1제국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 영광스러운 제국은 정치적 이해에 의해 갈갈이 ?기고 분열되어 유럽의 2등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전 유럽의 제왕으로서 독일인이 즉위하였다는 그 사실은 앞으로 전개될 유럽사에서 독일의 위치를 결정하게끔하는 미약이 되었다. 비스마르크의 <철과 피>로 유명한 제2제국은 보-오전쟁, 보-불전쟁의 승리로 인해 획득한 피와 땀의 제국이었다. 그리고 이 통일은 실제로 독일 역사에서 이룩한 진정한 통일이었다. 하지만 이 제국은 전쟁으로 탄생하여 전쟁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제3제국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1933년 시작되었다. 히틀러는 자신이 이룩한 제3제국이 천년을 지속할 천년의 제국으로 불리우기를 원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12년만에 이 제국은 붕괴하였다.


미하엘 슈퇴르머가 저술한 이 책은 제2제국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는 독일의 통일에서부터 일차세계대전으로 달음질쳐가는 독일 제2제국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저자가 그려내고자 하는 독일의 모습은 서구 열강 가운데 비교적 늦게 산업혁명에 돌입한 독일이 어떻게 단기간 안에 제국주의적 국가로 변모하게 되었는가를 간결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간결함 속에는 독일이 독일다운 국가로 형성된 제2제국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있다. 이 자부심은 결국 전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게된다. 하지만 일차세계대전을 독일인들은 결코 패배한 전쟁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 전쟁은 휴전이었으며 독일의 배후를 칼로 찌른 불순한 세력에 의해 독일은 신의를 배신당해 어쩔 수 없이 휴전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자부심이 생기게 된 시작이 바로 제2제국인 것이다. 이들 제2제국의 건설자들은 1천년간 분열된 독일을 통일시켰다는 자부심이 대단한 융커들이었다. 이들은 이 통일의 자부심을 민족적 자부심으로 승화시키면서 제국의 모든 것을 군사적인 것으로 변모시켰다. 이 과정에서 블룸과 같은 자유주의자들을 처형하고 사회주의자들을 탄압하는 폭거가 자행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런 사건은 지나가는 역사의 흔적일 뿐이다. 이 책은 제2제국을 통해 어떻게 현대적인 강국 독일이 탄생될 수 있었는가를 조명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단 이 책은 전문적인 역사서가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한 교양서적인 관계로 역사적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읽는 사람들이 독자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일의 제2제국의 성격과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알게되고, 아울러 이런 독일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에게 바이마르 공화국의 이상이 얼마나 나약하게 느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제3제국은 독일의 운명이 아니라 제2제국의 속성에 따른 숙명이었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역사가 괘도에서 이탈하여 엉뚱한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는 것처럼 당혹스러운 것도 없다. 그 당혹스러움은 가끔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은 감정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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