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형 백과
카를 브루노 레더 / 하서출판사 / 1991년 4월
평점 :
품절


어떤 책이 주목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는 운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福不福이기 때문이다. 1991년 카를 부르노 레더의 Todesstrafe-Ursprung, Geschiche, Opfer란 저서가 세계 사형백과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91년이란 시기는 88 올림픽이 끝나고 세상이 변한 것 같으면서도 아직은 변하지 않은 그런 시절이었다. 그때 사형백과사전이란 책이 나온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그 당시  체제를 속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른다. 독일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사형-기원.역사.희생자>라는 아주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순식간에 잡학사전으로 변형시켜 출판해야만 했던 그 시절.  오히려 이런 제목이 밋밋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은 죽음과 인생이 아주 가까이 있었던 시절이기에 사람들은 백과사전에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아... 출판은 이래서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인간의 잔혹함에 대한 하나의 고발장이었던 것이다.  그 시절 우리는 우리에게 혹은 이웃에게 서로 서로 많은 빚을 지고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 빚을 탕감하라고 아우성 치지만... 서로에게 빚이 있는 시절 사형백과사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古代(高大가 아니다)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형벌은 추방이었다. 씨족 혹은 부족으로 살아가던 시절 그 혈연의 태줄이 끊긴 순간 개인은 죽은 목숨이었다. 우리는 성서에서 카인이 에덴의 동쪽으로 추방되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쉽게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은 카인에게 죽으라는 소리와 같은 것이었다. 추방이 피의 복수로 그리고 다양한 인간의 살해방법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가히 인류의 정신사적 발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머리의 두뇌 용량이 바카스 병에서 코카콜라병의 용량으로 진화하면서 변한 것은 자비심이 잔인성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절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망하지는 말자. 스페인 내란시 공화파가 인민전선파에게 혹은 그 반대로 사람을 죽일 때 머리에 상자를 씌워 절벽에서 떠밀었던 사실을 기억하자.  왜 그렇게했느냐고? 의식이 끝까지 남아 자신이 죽는 것을 느끼게하려던 인간의 잔인성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시절이 혹은 장소가 문명화된 장소라고 자부심을 갖지는 말자. 오히려 자비심이 사라진 짐승의 우리 속에서 이빨을 드러내며 서로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는 공간은 아닌지...

사람이 인간을 죽이는 역사를 읽어내려간다는 것은 어쩌면 모순일 수도 있다. 인간은 육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정신으로 인해 아주 신성한 존재로까지 승화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해탈하여 부처가 될 수 있고, 자신을 닦아 治國을 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또 인간은 신의 숨결-루아-를 받아 흙에서 창조되었지만 이 지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창조한 존재를 찬양할 줄 아는 존재인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일 때 그것은 이 모든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부정은 세계의 질서를 부정하는 시초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사형제도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여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책의 논조를 지지하지만 내게 내가 법에 호소하여 어떤 존재를 사형시키게 해달라고 탄원하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만약 그것은 실현되지 않는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제외해야한다라고 당신이 말한다면 당신은 사형을 지지하는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눈 앞에 닥친 현실을 유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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