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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삼국유사를 읽을 때 마다 혹은 어떤 사실을 찾으려고 이 책을 뒤적일 때 마다 오래전 국사시간에 배웠던 사자성구 비슷한 말이 생각난다. <순도조려 난타벽제 아도기라順道肇麗 難陀闢濟 阿道基羅>. 이 잃어버리지도 않는 구절을 생각할 때 마다 일연스님의 글은 참 유려하기도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한다. 순도가 고구려의 미몽을 깨뜨리고 마란난타가 백제의 심성을 열고 아도가 신라의 기틀을 잡았다는 이 말에 삼국의 불교전래의 사정과 그 후의 영향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솔직히 학생시절 삼국유사는 단지 단군신화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마지못해 읽는 우리의 역사서였다. 그래서 단군신화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앞부분을 읽고는 책장 구석에 처박아 두었을 뿐이다. 더 이상 단군신화 뒤로 나아갈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그 신화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어 의식적으로 뒤에서부터 읽어본 삼국유사는 정말로 흥미있고 재미있는 우리의 숨은 역사였다. 각 장의 제목도 간결하면서도 아주 의미있게 붙임으로서 그 장이 이야기하고자하는 특색을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다. 물론 스님의 관점에서 저술하였기 때문에 불교적인 부분이 많이 차지하고 있지만 이는 당시 우리 고대 사회가 불교를 숭상하는 사회였기에 아무런 문제는 없다고 본다. 그러기에 이 책에서는 우리의 고대사의 정신적인 부분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우리의 역사를 단군왕검에게 까지 끌어 올림으로서 우리의 역사도 중국의 역사와 대등함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록 당시 고려가 몽골이 세운 원의 간섭을 받고 있었지만 우리 역사의 유구함을 기록하면서 절대로 오랑캐의 무력에 굴복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고대사는 문헌의 망실과 일제의 왜곡으로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어 정확한 실체를 알기가 무척 어렵다. 이런 가슴아픈 사정은 그나마 삼국유사가 있음으로해서 어느 정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엉킨 실타래를 풀 때는 항상 처음을 찾아야 한다. 삼국유사는 이런 처음을 찾아가는 우리의 실타래인지도 모른다. 테세우스가 아드리아네의 실타래를 잡고 미궁을 헤쳐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