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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마법의 백과사전
까트린 끄노 지음,이재형 옮김 / 열린책들 / 1997년 4월
평점 :
품절
종교적인 의미에서 惡이란 <善의 결핍>일 뿐이다. 우리는 악마의 대명사인 루시퍼가 천사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즉 악과 선은 극점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야누스처럼 등을 맞대고 있는 반대의 속성일 뿐이다. 여기에 나와있는 내용의 많은 부분은 중세시대 마녀재판의 지침서로 사용되었던 <마녀철추魔女鐵鎚> 뿐만 아니라 마녀재판의 기록도 많은 부분 참조되어 있다. 여기에는 의외로 교회의 기록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중세 마녀재판의 당사자가 교회였기 때문이리라.
마녀 혹은 마귀는 중세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체제를 위협하는 하나의 세력으로 이해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에 대한 혹은 이단에 대한 과정에 세속의 권력과 교회의 권력이 연관되어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였던 것이다. 그만큼 악이라는 문제는 우리의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 책의 장점은 유럽의 마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환상이나 허구가 아닌 실재로 일어난 일의 기록이며 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종교는 사랑을 설파하면서도 악과 그의 추종자들에게는 그토록 잔인하였을까. 그것은 악이 너무도 자신들 곁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두려웠던 것이다. 이들과 타협하는 순간 자신들도 악의 세력에 물이 드는 것이 두려워 그토록 잔인하게 처벌하였던 것이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현대의 우리보다도 어쩌면 자신의 내면에 더 충실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더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하기에 타협의 불씨를 남겨놓기보다는 완전히 제거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나오는 마법의 주문과 비약을 만드는 재료는 정말로 희귀한 것들이 많다. 그것은 그만큼 그곳에 입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도 착한 마녀들이 이용하는 재료들은 우리의 주위에 널려있는 것들이란 사실은 선을 행하는 것보다 악을 행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백과사전이란 제목이 붙어있기에 어떤 연결성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산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그 산에 자생하는 수많은 식물을 표본해놓은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양한 소주제들만으로도 이 책은 마법 혹은 마녀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