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심리 -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총서 11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총서 11
콜린 윌슨 지음 / 선영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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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콜린 윌슨을 처음 만난 것은 <아웃사이더>를 통해서였다. 오래전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인쇄된 윌슨의 아웃사이더는 내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는 한동안 그 흉내를 내며 노트에 글을 끄적였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콜린 윌슨은 아웃사이더 이후 충격적인 작품은 나오고 있지 않다. 아마도 초기에 너무 자신의 재능을 한 작품에 다 소진한 때문은 아닌지...

살인의 심리는 같은 출판사에서 1991년 6월 10일 <살인의 철학>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살인에 관한 사례집으로 콜린 윌슨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서 윌슨은 살인을 하나의 행위로 보지않고 그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의식을 탐구하려 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서구의 살인유형의 변천사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 말은 정확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살인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구약성서에 기록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구약성서는 살인에 대한 최초의 사례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록된 살인은 <적을 완벽하게 몰살>하는 방식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는 신에 대한 제사의 성격이 전쟁에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적과 적의 재산을 모조리 죽이고 태우는 전쟁의 양상은 현재의 시각으로 볼 때 잔혹한 학살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왕 사울이 전리품을 숨기므로해서 다윗에게 왕 자리를 빼앗기게 되는 이야기를 볼 때 그 전쟁 양상이 인간이 아닌 신의 영광을 위한 성전의 효시였음을 알 수 있다. 로마 역시 카르타고를 점령하였을 때 남자들은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아 넘겼다. 그리고 카르타고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곳에 소금을 뿌리고 땅을 갈아엎어 두번 다시 이 경쟁자의 제국이 부활되는 것을 막았다. 이런것으로 볼 때 초기의 살인은 저주 이전에 어떤 주술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신념의 살인이 점차 개인의 이익을 위한 살인으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윌슨은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산업혁명이었던 것이다. 봉건경제체제가  산업화에 따라 붕괴됨으로서 토지를 잃은 농민들이 도시로 진입하여 도시의 슬럼화를 가속시키면서  가난과 실직이 만연하게 된 것이다.  산업화로 비대해진 도시는 범죄의 종합선물셋트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이 결과 죄의 집행이 더욱 가혹해지는 처벌의 악순환이 시작되고 범죄는  더욱 잔인한 방식으로 발전해가는 방아쇠가 되었다. 이제 범죄자들은 돈만 빼앗은 것이 아니라 증거의 인멸을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바로 여기까지가 현대와 구별이 되는 구식 살인의 시대인 것이다.

윌슨은 현대 범죄의 효시를 영국에서는 <잭 더 리퍼: 면도칼 잭>의 사건으로부터 시작되고, 미국의 경우에는 1894년 보험살인을 시도한 해리 하워드 홈즈의 살인을 그 효시로 보고 있다.  이 두 경우 살인은 자신과 이웃한 평범한 사람도 범죄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제 범죄자는 어떤 외적인 표시-문신.상처-로 구분되는 시대가 지나갔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제 살인범은 살인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이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재미로 사람을 죽인다는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놀라움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 내부에도 이런 성향이 조금은 있다는 사실을. 다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이를 억제할 뿐이란 사실을. 하지만 이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어떤 계기로 사라지게 되면 자신도 언제든지 살인을 즐기는 괴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이 살인의 방식은 근대의 산물인 철도와 현대의 산물인 비행기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이제 현대는 우리 모두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는 범죄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한다면 너무 희망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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