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섬 공방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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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요한기사단> 혹은 <말타 기사단>이라고 불리우는 단체의 이야기이다. 이 기사단의 창설에서부터 몰락과 재건의 과정을 시오노 나나미는 여성의 따스한 눈길로 쫓아가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가 <푸코의 추>에서 <성당 기사단>을 시종일관 냉소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모성적인 필체와 시각 때문일까. 성요한 기사단의 모습이 역사적인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애틋하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성지 예루살렘에서 로도스섬으로 쫓겨온 기사단의 운명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로도스섬은 점차 세력을 확대해 나가던 투르크 제국에게는 자신들의 목 옆에 튀어나온 칼이었다. 이 칼은 반드시 제거되어야만 하는 것이었고, 그 과업은 떠오르는 강자 술레이만에게 맡겨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임무는 필립 릴라당Philippe Villiers de L'Isle-Adam에게 맏겨졌다. 한쪽은 승자로 한쪽은 패자로 기록될 이 전투에서 양쪽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이 로도스 공성전은 <성벽을 버터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나는 지킬 것이다>라고 호언했던 사자왕 리차드와 <성벽이 철로 되어 있다하더라도 무너뜨리겠다>고 맞받아친 존엄왕 필립과의 언쟁처럼 진행되었다. 한쪽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성벽을 쌓았고, 다른 한쪽은 어떤 것이라도 무너뜨릴 신념을 가지고 전투에 임했던 것이다.

이 전투는 기사도적인 결말로 종결되었다. 상대의 자존심을 최대로 배려해준 이 전투의 결말은 유럽의 완벽한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싶었던 것은 패배와 승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강한 적은 나의 명예>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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