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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분쟁사 -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역사
김성진 / 우리문학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누군가 유고슬라비아를 설명하면서 하나의 나라에 두개의 문자(로마자. 키릴문자), 세개의 종교(가톨릭. 그리스정교. 이슬람교), 네개의 언어(세르비아어. 크로아티아어. 슬로베니아어. 마케도니아어), 다섯개의 민족(세르비아인. 슬로베니아인. 크로아티아인. 마케도니아인. 몬테네그로인), 여섯개의 공화국(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일곱개의 국경선(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알바니아. 그리스. 불가리아. 이탈리아)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나라라고 규정하였다. 실제로 유고슬라비아는 단일한 국가로 이 지상에 존속한 것은 이차세계대전 이후 1991년 연방이 해체되기까지의 기간이 유일한 것이었다. 그 이전에는 각각 다른 왕국으로 존재하였기 때문에 이들 나라가 합쳐 연방이 된것부터가 비극의 씨앗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유고슬라비아를 <발칸의 화약고>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이것은 그만큼 이 지역이 인종과 종교가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어 약간의 충돌에도 인종. 종교간의 전쟁으로 비화되는 속성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유고슬라비아가 변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사건에서 원인을 찾을 수있다. 제일 처음 이 지역은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의 선교무대가 되었다. 이 결과 지금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중심으로 북쪽의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는 가톨릭 세력권으로 남쪽의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몬테네그로는 그리스 정교의 세력권으로 결정되었다. 문제는 보스니아였는데 보스니아는 이 두 세력의 중간에 끼어 쉽사리 자신들의 위치를 결정하지 못하고 완충지대로 남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14세기 오스만 투르크가 남쪽의 그리스정교지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지역까지 세력을 확대하면서 오스만제국이 이 지역에 이슬람교도를 이주시켰다. 이 결과 보스니아는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 사이에 외롭게 고립된 종교적인 섬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오스만제국이 세력을 유지할 때는 이런 종교적 고립은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오스만 투르크가 일차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이 지역에서 물러가면서 현재의 유고슬라비아 지역은 인종. 종교적으로 아주 예민한 지역이 되어 버렸다. 특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지역에 대한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의 관할 주장은 두 민족의 후원자인 러시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일차세계대전으로 발전한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고슬라비아는 이런 모순 속에서 이차세계대전 이후 죠셉 보르즈 티토라는 걸출한 영웅에 의해서 하나의 연방으로 힘겹게 봉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봉합은 티토가 사망하면 언제든지 터져버릴 수 있는 허약한 것이었다. 티토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연방을 유지할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했지만 어느 것도 항구한 것이 아닌 임시적인 방편이었다. 그리고 그가 1980년 5월 4일 사망하자, 연방은 그가 구상한 방식으로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듬해 코소보에서 반세르비아 데모가 발생하면서 연방의 운명은 분열쪽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증폭된다. 이 10년의 기간동안 연방을 구성하는 각 공화국은 타협과 협력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기 보다는 각 공화국간의 분열을 증폭시켜 각 공화국의 독립을 유도함으로서 유고연방이 해체되는데 기여를 하였다.
유고슬라비아의 문제를 이해하면 발칸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의 역사적 이질감은 엄청나다. 그 복잡한 원인과 결과를 이 책에서는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 이 지역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입문서로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지역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연표와 색인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역사서에서는 이 두가지는 밥에는 김치가 따르듯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나는 바위 위에 집을 지었네.
바람이 불어와 집을 무너 뜨렸네.
나는 모래 위에 집을 지었네.
파도가 밀려와 집을 무너 뜨렸네.
나는 굴뚝 위의 연기에 집을 지었네.
바람이 불어와 흩어져 버렸네.>
* 확실하지 않은 이 시는 유고슬라비아의 시인이 지은 것이다. 너무 오래되어 시인의 이름도 제목도 다 잊어 버렸다. 아는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