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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
진수 / 신원문화사 / 199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삼국지하면 소설만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책이다. 소설이 아닌 실제의 역사를 기록한 책은 실제적인 감동을 덜할지 모르지만 내부의 지속적인 떨림은 더 오래 갈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은 紀年體 방식과 編年體방식이 있었다. 역사서의 대표적인 사기가 기년체방식이라면 공자의 춘추는 편년체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년체와 편년체방식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지만 어느 것이 특별히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전체를 관통하는 역사의 실체를 보려면 편년체방식의 역사서를 보면 되는 것이고, 산 속의 나무 종류를 보려면 기년체를 참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陳壽가 편찬한 <正史 三國志>는 편년체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국-魏.吳.蜀-의 역사속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중복되는 부분이 묘미라고나 할까. 그 입장의 미묘한 차이는 편년체 역사를 읽는 재미의 하나라 하겠다. 모두 일곱권으로 이루어진 진수의 삼국지는 曺魏를 정통으로 삼아 쓴 역사서이다. 물론 이런 사고방식은 위를 찬탈한 진에서 사관으로 봉직한 진수에게는 불가피한 일이었음은 불문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 4권, 오에 2권, 촉에 1권의 분량으로 번역된 책을 보면 왜 위를 이어받은 晋이 삼국을 통일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게하는 일차적인 바로미터라 하겠다. 그만큼 각국의 인재의 숫자가 차이가 났다는 사실은 각 국의 격차가 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이 차이가 곧 바로 국력의 차이로 이어져 나라의 흥망에 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새삼 냉혹한 역사의 현실을 느끼는 듯 하다. 진수는 이 방대한 역사를 저술하면서 글을 최대한 아끼며 그 압축된 문장 속에 한 인물 혹은 역사의 사실을 후세에게 정확하게 전하려 노력하였다. 이것은 역사를 저술한 진수 스스로가 감정과 편견을 버리고 진실만을 전하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진수의 삼국지는 <만약에..>라는 가정을 용납하지 않는 냉엄한 역사서이다. 이 점이 요즘 범람하는 소설삼국지와 다른 점이라 하겠다. 그만큼 이 책은 건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건조함으로 인해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것이 아닐지. 상상력의 원천은 항상 근본에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정사 삼국지를 읽으면서 역사는 감정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이란 사실을 느끼게 된다. 만약이란 가정의 역사는 무척 매혹적이다. 그러나 그 매혹은 이솝 우화의 배고픈 여우와 같은 것이라 하겠다. 배고플 때는 좁은 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안의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다시 나올 수 없다는 사실과 같은 것이다. 현실은 마른 여우라면 가정은 배부른 여우라고 할 수 있다.
**기년체는 인물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한다. 여기에는 본기. 세가. 표. 서 등이 기록된다. 편년체는 년.월. 일별로 사건을 기록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외에도 紀事本末體와 綱目體가 있는데 기사본말체는 사건의 순서대로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고 강목체는 대강과 세목으로 나누어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