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밤 - 서양 중세 사람들은 밤을 어떻게 보냈을까
장 베르동 지음, 이병욱 옮김 / 이학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중세인들에게 밤은 본질적으로 악마의 시간이었다. 여기에는 폭력과 두려움만이 인간 앞에 놓여 있었다. 이 폭력은 환상과 결합하여 더욱더 밤을 두렵게 하였다. 중세 유럽을 지배했던 밤의 이미지는 마녀, 늑대인간, 매춘, 배신이란 단어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밤은 정의를 세우기에는 너무도 혼란스런 시간이었다. 중세인들은 이런 두려운 밤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였을까. 그들은 인위적으로 밤의 시간을 낮의 시간으로 바꾸려 하였다. 이것은 빛을 밤의 시간속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이었다. 사람들은 곳곳에 불을 밝혀 인위적인 불빛을 만들어 밤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대결하려 하였다. 이 시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밤은 두려움과 폭력의 시간이 아니라 환락의 시간으로 변모하였다. 그리고 자본가들은 밤의 시간을 인위적인 낮으로 바꿈으로서 노동계급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데 이용하였다. 중세인들은 밤을 자신들의 힘으로 길들일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각 도시마다 국가마다 야경대를 출범시켜 밤을 완벽하게 권력의 통제하에 두고자한 권력의 시도로 더욱 굳건하게 완성되었다.

밤의 시간이 인위적인 힘으로 낮으로 변하게 되면서 중세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위적인 밤을 만들어 편안한 밤 시간을 갖고자 노력하였다. 두려움과 불편함으로 대표되던 밤의 모습이 안락함으로 변모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좀더 푹신한 침대와 좀더 안락한 침실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런 중세인들의 사고방식의 변환은 밤이 더 이상 자신들을 옭죄는 방해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제 밤은 낮과 마찬가지로 중세인들에게 자연스런 현상으로 다가왔고, 밤은 악마의 시간이 아니라 낮의 연장이란 사실을 이해하였다.

이제 밤은 중세인들에게 준비하는 시간으로 점차 변모해 가게 된다. 밤은 새벽의 앞에 오는 시간이며, 이 시간은 정화의 시간이고 기다림의 시간으로 이해되었다. 중세인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편안한 죽음이 자신에게 오기를 기도했다. 그러면서 밤은 중세인들에게 점차적으로 종교적 성숙의 시간으로 변모해가기 시작하였다. 하루를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날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밤은 유용한 것이었다. 밤이 충전의 시간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은 중세인들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발명중의 하나라고 할것이다.

중세인들은 자신들이 밤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완전하게 정복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자신감은 중세인들이 아랍의 도움으로 이룩한 과학의 발전에 힘입은바가 크다. 점점 시대가 발전하면서 유럽의 밤은 밝아졌다. 가스등이 횃불을 대체하고 전기가 가스등을 대체하는 역사의 진보 속에서 이제 밤이 악마의 시간이라고 믿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정된 밤의 시간은 언제나 과학의 소멸로 인해 제자리로 되돌아갈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의 우리가 중세인들을 통해 배워야할 밤의 교훈은 정신적이며 종교적인 성찰로 가득찬 밤의 세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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