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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이웃문화
신영훈 지음 / 문학수첩 / 199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고 이와 관련된 서적을 찾다가 구입한 책이다. 각 항목에 대하여 대목 신영훈선생의 구수한 해설과 김대벽 선생의 사진이 어우러져 하나의 문화 도록이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예로부터 한.중.일 삼국은 문화의 공유에 있어서 상당히 근친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그 비슷함은 단어뿐이란 사실을 느끼게 된다. 세 나라가 공유한 문화가 그 지역의 인성과 풍토에 따라 변화를 이루면서 각 나라의 특징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강남의 귤이 장강을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동양 삼국의 문화에 아주 적합한 비유라고 생각된다. 중국에서 한반도로 다시 일본 열도로 건너가면서 하나의 문화형식이 다양한 패턴으로 변형되는 것을 보면 문화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이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한.중.일 삼국의 미세한 차이가 점점 확대되어 민족성으로 고착되고 문화적 시각으로도 고정되는 것을 볼 때 문화의 세세한 차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예로 창살에 바르는 창호지를 우리는 창살이 바깥으로 향하게 하고 안에 창호지를 붙이는데 반해 일본은 반대로 창살이 안쪽으로 향하고 창호지를 밖에서 바르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서 양 민족간의 심미적인 차이를 느끼게 한다. 또 지붕의 모양을 볼 때도 이런 차이는 완연하게 드러난다. 중국과 일본식 지붕은 처마와 용마루가 수평을 이루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우리는 처마 네 귀퉁이 추녀 좌우로 부챗살을 펴듯 하여 자연스런 균형을 이루게한다. 이런 차이는 모든 부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같은듯 다르고, 다른듯 유사한 삼국의 문화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차이를 제대로 이해할 때 문화적 자각, 혹은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언젠가 만화가 김혜린이 자신의 그림에 대한 솔직한 자아비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어린 시절 보아온 만화-대부분이 일본만화를 복사한 작품-가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것에 대해 변명은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함으로서 문화적 왜곡현상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문화는 삶이 될 때 진정한 가치로 다가오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