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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학자의 문화로 읽는 중국
박영환 지음 / 동아시아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나폴레옹이 '잠자는 사자'로 불렀던 중국이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의 패배로 순식간에 종이 호랑이로 전락하면서 5천년을 이어오던 중화주의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 시련을 적극적인 자세로 이겨나가려 하였다. 즉 자신들이 왜 서구와 아시아의 섬민족에게 연거푸 패배하였는가를 반성하였던 것이다. 그들의 결론은 중국이 발전하는 세계의 중심에 서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세계의 중심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 중심의 학문을 배우고 익혀야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과감히 中體西用의 길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그리나 또 한편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중화사상이란 대국주의적 관념을 여전히 보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두 가지 상반된 사고가 중국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중화주의에 물든 자만심이 가득찬 중국과 서구의 물결에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하며 배우려는 중국. 우리는 이 두가지 중국을 모두 경험하였다. 대국의 거만함으로 다가오던 봉건적인 중국과 우리의 모든 것을 배우려고 달려들던 현대의 중국을 통해 중국의 실용성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중국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배우려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그 이면에는 모든 것은 중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대국주의적 교만함이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의 이 교만함의 종착점은 아마도 패권주의일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나 주변국 모두에게 불행한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배우는 자세를 견지하는한은 주변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동북공정을 시작으로 해서 서서히 배우는 자세에서 옛날 중국의 자세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분명 중국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실용적인 점을 중시하는 중국인들도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다.
중국의 외교는 실익의 추구와 함께 체면의 외교라 할 수 있다. 대만과 우리가 외교를 단절하였을 때 대만사람들이 우리를 경멸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우리가 당당하지 못하게 대만에서 철수하였기 때문이었다. 대만사람들도 중국과 우리의 관계가 가까워질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우방인 한국이 밤의 도둑처럼 그렇게 몰래 도망가듯 자신들을 떠날줄은 몰랐던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리차드 3세에 '흉포한 야수에게도 연민이 있는데 그것도 없는 나는 짐승도 아니다' 라는 대사가 나온다. 약자에게 당당함과 자비를 보여주지 못한 우리의 자세는 중국에게도 그리 좋게 보였을리 없을 것이다.
중국은 역사.문화.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유산이 축적된 나라이다. 다만 중국이 이런 유산을 가지고도 발전할 수 없었던 것은 체제의 장벽 때문이었다. 이런 체제의 장벽을 허물어 버림으로서 중국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중국의 모습을 바라보며 좀더 당당한 자세로 임해야 될 것이다. 우리가 항상 중국을 대하면서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중국은 5천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란 사실이다. 중국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만 경멸하는 자세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중국에 대한 균형의 추를 제공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