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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되고 싶은 사나이
루디야드 키플링 지음, 김정우 옮김 / 함께읽는책 / 2004년 4월
평점 :
루이야드 키플링의 소설 '왕이 되고 싶은 사나이'의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식민지 통치하의 인도에서 별볼일없이 떠돌던 영국인 건달 피치 카나한과 다니엘 드라보트가 아프가니스탄 북부에 위치한 오지 카피리스탄으로 가서 왕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왕이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술하면서 키플링은 영국 제국주의의 위대함을 은근히 자랑한다. 피치 카나한과 다니엘 드라보트가 20정의 소총을 가지고 산속 오지의 주민들을 무력화시키며 나아가는 과정은 제국주의가 어떤 방식을 통해 타지역으 점령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교본이라고 생각된다. 총을 이용해 최초의 부락을 자신의 수하로 만들고 이들을 이용해 다른 부족을 점령해 나가는 그들의 행위는 정말 영악스러울 정도이다. 그리고 이들이 많은 부락을 점령한 다음 한 일은 위원회를 만드는 일이었다. 부락의 장로를 위원회에 편입시키고 이를 통해 부락을 재조직하고 통솔하면서 그들이 원하든 원치않든 자신들은 왕으로 행세한다. 그 다음 이들의 꿈은 무엇인가. 자신의 왕국을 빅토리아 여왕에게 바치고 그 댓가로 대영제국의 정식 귀족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피는 극소화하고 타인의 피를 극대화하면서 이룬 결과가 이 정도라면 정말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이런 사례가 키플링의 소설에서나 가능하다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목사의 아들인 세실 로즈가 로디지아를 건설한 이야기는 당시 모험가들에 의한 식민지 영역의 확장이 결코 장난이 아니었음을 실증하는 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니엘 드라보트와 피치 카나한의 이야기는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이 비극의 시작은 너무도 인간적인 이유로 인한 것이었다면 믿어질까. 이것은 피가 흐르는 감정으로 제국을 경영하면 파멸을 맞는다는 은근한 비유일까. 실제로 끝까지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던 피치 카나한이 살아남는 것은 이런 생각에 무게를 실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1975년 존 휴스톤이 감독하고 숀 코네리-다니엘 드라보트-와 마이클 케인-피치 카나한-그리고 크리스토퍼 플럼머-소설속의 화자인 키플링-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통해서였다. 물론 소설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한 이 영화는 소설의 빈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줄 보조적인 자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