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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평전
찰스 펜 지음, 김기태 옮김 / 자인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지도자는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까. 그리고 그 자질은 어떤 상황에서 빛을 발휘하는 것일까.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국민을 자신의 부모 형제 자식으로 생각하던 한 지도자가 있었다. 그가 죽었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손때 묻은 지팡이와 평생을 사용한 타자기 그리고 옷 몇가지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어떤 누구도 가볍게 대하지 못하는 무게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의 죽은 육신은 가벼웠지만 영혼은 전 세계를 짓누를 정도로 엄청난 사나이였다.
그는 죽음이 가까웠지만 결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신념이 있었다. '愚公移山'과 같은 믿음이 있었다. 자신은 죽지만 자신이 길러낸 훌륭한 자식들이 조국의 분단을 끝낼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만약 욕심을 부렸다면 더 많은 피와 더 긴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자신에게 모든 영예가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모든 영예는 죽은 그에게로 받쳐졌다. 그래도 산자들은 이를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 검소하게 살았고 초라한 대나무 침상 위에는 손때 절은 茶山의 牧民心書가 놓여있었다. 그는 자신이 알지도 못한 조선의 불우한 학자가 유배지에서 쓴 지도자의 수양서를 읽으며 국가와 민족을 이끌어갈 마음을 닦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닦고 닦았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정치에 있어서 지도자는 무엇일까. 아니 지도자에게 정치는 무엇일까라고 물어야하나?
지금도 자동차 폐타이어를 보면 호지명 샌달이 생각난다. 그것은 60년대 우리의 가난과 궁핍함의 상징이자 저 먼나라의 저항의 유물이기도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