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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클라우스 뮐러 / 가서원 / 1994년 5월
평점 :
품절
탈무드에 "아무리 굳건하게 닫힌 문도 황금으로 두드리면 열린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돈의 위력이 어떠한지를 잘 드러낸 말이라 하겠다. 돈이란 과연 무엇이기에 인간에게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까.
우리가 배운 경제상식에 따르면 돈의 역사는 물물교환에서 시작하여 물품화폐를 거쳐서 동전, 지폐, 전자화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배운다. 그리고 앞으로 돈이 어떻게 자신의 모습을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돈이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면서 우리의 모든 면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보면 돈이란 정말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경제적 거래를 위해서는 담배에서 튜울립에 이르기까지 모습을 바꿔가며 시대 속에서 생존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 돈이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둘 이상이 모이게 되면 정치와 경제를 논하고 그에 걸맞는 체제를 만들어내려는 '정치. 경제적인 동물'이다. 시베리아의 사냥꾼은 모피의 가치로 다른 물건의 가치를 가늠하고,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소금의 양으로 물건의 가치를 가늠하기도 했다. 물론 튜울립 뿌리처럼 투기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던 특별한 화폐도 있었다. 이처럼 돈은 자신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괴도 루팡처럼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돈은 항상 자신의 덩치를 불리는 곳으로 굴러가고 있다. 이것은 돈의 변화무쌍한 모습과는 대비되는 잔혹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은 언제든지 자신의 덩치를 더 크게 불릴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재빨리 이동한다. 이 이동에는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오로지 이익만이 존재한다. 그 이익의 끝이 황금만능주의와 물신주의라고 할지라도 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돈은 자신을 사랑하는 자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88년 들불에서 처음 나온 후 1994년 가서원에서 다시 나왔다. 2004년 이마고에서 돈과 인간의 역사란 제목으로 이 책을 다시 출간했다. 책의 원제목은 Wo das Geld die Welt regiert이다. 원제목을 그대로 옮긴다면 '돈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이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88년도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