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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역사 - 현대 프랑스 철학총서 11
미셸 푸꼬 지음 / 인간사랑 / 1999년 12월
평점 :
푸코의 역사는 기존의 역사관과는 아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기존의 서구 역사가들은 연속된 역사의 고리로 자신들의 역사를 설명했다. 서구가 중심이 된 연속의 역사는 왜 서구가 세계를 지배해야하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일차세계대전이란 미증유의 참사를 겪으면서 자신들 중심의 역사관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즉 연속의 역사라면 서구는 결국 파멸이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부나비와 같은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후 서구의 사상가들은 혼돈의 사회에 어떤 질서와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의 철학을 거부하게 된 것이다. 이 전통의 거부는 역사를 연속이 아니라 단절로 보려는 시도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야만 서구세계는 연속이라는 과정에서 필히 다가올 몰락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푸코는 이런 사상의 영향위에서 자신의 역사를 파괴, 비연속성, 분리등의 개념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푸코의 역사관은 어찌보면 지층의 형태를 띠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층의 역사는 각각의 층은 자기 고유의 논리와 중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것은 역사가 연속적이며 일의적인 것이 아니라 다의적이며 단절의 형식을 갖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푸코는 기존의 역사가들이 역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찾고 이를 통해 연쇄의 의미작용을 발견한 뒤에 이를 재구성하는 것에 회의를 품는다. 푸코는 역사가 경제, 제도. 종교, 과학, 문화예술 등 여러분야가 포함된 通史를 거부한다. 이것은 푸코가 역사는 단층의 역사로 보면서 그 축적된 단층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에 매달렸는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푸코에게 역사의 대상은 일관된 연속이 아니라 단절된 단층이 여러개 겹쳐진 비연속적인 지식의 역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푸코는 역사를 고고학에서 역사의 지층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 내려가듯 역사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광기의 역사 역시 광기라는 하나의 주제를 연속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하나의 단층을 찍고 그곳을 집중적으로 발굴하는 고고학자처럼 푸코는 광기의 한 단면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비연속적인 작업의 결과를 음미한다면 현재의 모습과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