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세계사 여행 1
현준만 엮음 / 실천문학사 / 1994년 5월
평점 :
품절


역사를 서술할 때 기전체냐 편년체냐하는 고답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이 책은 사건을 직접 목격했거나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기록을 통해 재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물론 이런 방식은 사건의 기.승.전.결 가운데 어느 한 부분만을 보기 때문에 전체를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있지만 그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투키디데스의 역사로 시작하여 제임스 팬튼의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의 몰락에서 끝이 나고 있다. 그 생생한 현장감은 역사책의 건조함과는 많은 비교가 된다. 그리고 역사의 기록자 또한 역사가에서부터 여행가 혹은 작가등 다양한 계층의 기록자들이 자신의 독특한 관점에서 역사를 보고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22년 9월 패전 후의 독일을 여행하며 겪었던 초인플레이션에 대한 경험,1943년 3월 일본군 점령하의 뉴기니아에서 일본군이 연합군 정보장교를 참수하는 장면을 목격한 익명의 증인, 79년 8월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는 현장에서 생생하게 묘사한 小 플리니우스의 기록, 1815년 11월 레바논을 여행하던 여행객이 그리스 정교회의 총대주교가 사망한 뒤 그 시신을 처리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적은 기록문들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사건을 보고 기록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역사의 증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역사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증인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알았다. 다만 그 조건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사건의 현장에 혹은 그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들은 사건에 대한 기록자로 남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역사의 현장에 있을 수는 있지만 증인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의 현장에 있으면서 그 사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정말로 역사 앞에 큰 죄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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