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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 관심이 옆으로 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다가는 향수 제조법에 흠뻑 빠져 그에 관한 책들을 찾아 다니고, 폴코의 '사형 집행관'에서는 유럽의 형벌사를 섭렵하기도 했다. 피슈테르의 '책'에서는 고서의 제본에 관한 방법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지금처럼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방법이 아니라 하나 하나 장인의 흔적이 남겨진 책을 만들던 시대의 방식이 나를 다른 시대로 끌고가는 느낌이었다. 학생시절 청계천가에 늘어선 헌책방을 순례하면서 느꼈던 매케한 책곰팡이 냄새, 그리고 순례가 끝난 뒤에 책 먼지로 시꺼매진 손가락을 가방에 닦으며 왠지모른 포만감으로 뿌듯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때 헌책방의 뒤켠에 무더기로 쌓여있던 잡지더미에서 우연히 보았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친구들과 몰래보던 야한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대담한 사진이 실린 고급스런 잡지를 봤을 때의 그 혼란스러움은 무엇이었을까?
피슈테르의 책을 읽으며 나는 30년대의 책방을 순례하는 느낌을 받았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이런 것은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하나의 보너스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보너스의 가치는 어떻게 느끼느냐의 차이일뿐이지만. 이 책에 대한 평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 ....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