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문명사
버나드 루이스 / 이론과실천 / 1994년 9월
평점 :
품절


투그라의 세계에 한번 접해본 사람들은 이슬람 문명의 끝이 어디일까하는 궁금증을 느끼게 된다. 투그라는 이슬람의 문자를 기묘하게 변형시킨 예술이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이슬람이란 세계는 마치 투그라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투그라는 그림이나 낙서로 보인다. 하지만 그 세계가 익숙하고 일상적인 사람들에게는 투그라는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 의미와 그림이 합쳐질 때 그 뜻은 배가되어 나타난다. 우리는 동양의 역사에서 중국 역사의 방대함에 놀라지만 그와 쌍벽을 이루는 이슬람 문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슬람 문명이라고 할 때 우리는 사막과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묘사된 병 속의 지니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형체없는 문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오해는 이슬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슬람을 볼 때 우리는 서구라는 프리즘을 통해 간접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왜곡된 이슬람 상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문화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서구의 이런 왜곡상은 이슬람이 그리스도교 세계의 파괴자란 인식으로 고착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왜곡상은 이슬람 세계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서만 교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슬람 세계를 바르게 이해하는데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무슬림 지배하의 스페인(9장)이나 무슬림 음악의 세계(6장), 신비주의(4장)같은 부분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이슬람 종교사이며 예술사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 세계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확대되는 이슬람 세계는 서구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문명의 충돌'이라는 거창한 담론까지 나오게 하였다. 이런 담론이 나오게 된 이유는 바로 이슬람 세계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에서 기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서구인들의 관점에서 본 이슬람 문명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구의 세례를 받은 우리들에게 이 책의 논점과 기술은 매우 익숙하고 친숙한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이슬람 문명을 이해하는데 또 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진정한 아랍인이 쓴 아랍의 문명사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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