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학의 탄생
미셸 푸꼬 지음 / 인간사랑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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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분류의학이 어떻게 임상의학의 시대로 변환되어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변해가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임상의학 이전의 시대는 외적인 유사점을 통해 질병의 본질을 유추하는 분류의학의 시대였다. 이 시기는 아직 인간 내부기관의 상호관계는 고려되지 않고 있었다. 이 시대는 질병이란 치유되어야할 대상이 아니었다. 이는 질병이 존재론적으로 이해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질병과 인체기관간의 상응관계로 파악되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방법이 제시된다. 그러므로 의사는 질병을 증상으로 파악하도록 길들여지게 된다. 이는 증상을 보고 질병을 확인하는 임상의학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전의 사회는 의학적 공간과 사회적 공간이 혼합되어 있는 사회였다. 영혼을 감시하는 사제와 육체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는 서로 동일한 주제의 다른 표현이었다. 이런 사회에서 질병은 믿음의 차원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이 만연될 때 대책은 전무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분류의학의 체제 속에서 전염병으로 막대한 고통을 받았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체제의 예속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했다. 이 과정은 프랑스 혁명으로 가능하게 되었고  이후 의학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사람들이 건강한가에 대한 관심은 점차 정치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면서 구조의 굳건함으로 관심이 이전되게 되었다. 즉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의학적인 시스템의 구조를 견고하게 구축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흘러가게 된것이다. 이 결과 정책자들의 관점에서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구조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변질되게 된 것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집산화 과정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도표상의 수치는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제이며 의사였던 신분의 형식이 행정관이며 의사인 신분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이었다. 이런 체제에서 우리는 크로닌의 소설에 나오는 그런 의사들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행정관이며 의사인 체제는 하나의 체제속에 환자들을 편입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병원 내부에서도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있도록 질병의 종류별로 병원을 세분하는 방식이 도입되게 된다. 이와함께 의사의 자격 또한 국가에서 관리하게 함으로서 질병에 대한 국가의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이 성립될 수 있었다. 이로서 현대적 임상의학이 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지게 되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이를 시행한 집단이 군대라는 사실은 임상의학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게 한다.


병원과 질병이 세분화되고 난 뒤에 이제는 의사들을 세분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는 의사의 종류별로 자격시험을 도입하고 이에 맞추어 병원에서는 의사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하였다. 이로서 의료기관의 국유화(?)는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국가의 통제에 의해 완벽한 구조를 갖게된 임상의학은 하나의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과연 의학은 진료를 필요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칠 수 있는가였다. 부자는 언제나 양질의 진료를 받지만 가난한 자는 그렇지 못한 것은 의학이 집산화되면서 일어난 변화 가운데 하나였다. 결국 이런 상황은 의학이 수익집단으로 변모하게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죽음이나 질병을 자신의 삶 가까이에 두고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실감하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죽음은 임상의학의 대상이 아니다. 오직 질병의 명학한 해부를 통해 그 증상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으로 한정시킨다. 이것을 의미하는 단어는 '징후'이다. 의사는 본질을 보지 않는다. 오직 징후만을 살펴볼 뿐이다. 징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의학기구가 청진기이다. 청진기는 해부하지 않고도 속을 볼 수 있는 대체물이다. 이것을 통해 의사들은 우리의 몸을 진찰한다. 의사는 청진기의 도움을 받으며 시각.촉각.청각을 통해 징후를 포착한다. 결국 징후는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없는 비가시성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볼 수 없는 세계는 모든 개인을 질병의 분류속에 혹은 징후 속으로 집어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결과 개인은 전체속으로 완벽하게 편입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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