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탈된대지 - 범우사상신서 40 범우사상신서 40
애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 범우사 / 198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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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아메리카의 전체 모습을 보면 '먹음직한 닭다리'가 연상된다. 남미 대륙은 이런 모습처럼 천혜의 자원이 뭍혀있는 자원의 보고이다. 그래서 일찍이 서구 제국은 이곳을 식민지로 경영하면서 맛있는 살을 발라 먹었다. 그들이 수백년간 발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미는 아직도 자원의 보고로 남아있다. 제국주의자들은 이 광활한 대지를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오의 피로 물들이며 자신들의 배를 채웠다. 그들의 피뭍은 손은 오셀로의 독백처럼  '온 대양을 핏빛으로 물들일 정도'였다. 그들은 이 피의 값으로 산업혁명의 기반을 마련하여 부의 편중을 더욱 심화시켰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남과 북의 격차'는 벌써 이때부터 벌어지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은 남미 제국이 독립을 한 뒤에도 자신들의 욕심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거대한 산업자본을 무기로 남미의 자원을 계속적으로 수탈했고, 군사정권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함으로서 자신들의 이익이 영속적으로 지속되기를 원했다. 합법적인 투표를 통해 정권을 잡았던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엔데의 비극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제정치질서마져도 무시하는 제국주의자들의 모습을 볼 때 남아메리카의 서구제국에 대한 종속의 뿌리가 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좌절의 토양이 해방신학을 낳게했으며 남미를 혁명의 시험장으로 만들게한 원인이었다.


남아메리카의 구조적 모순은 열강의 끊임없는 간섭에 기인한다. 다국적기업을 전면에 내세운 구미 열강들은 남미 각국의 지배 세력과 결탁하여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 지배 세력은 자신들의 정권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막대한 자원 채굴권을 헐값에 넘기고, 열강들은 이 원료를 자신들의 공장으로 가져가 상품을 만들어 다시 남미로 수촐하는 새로운 삼각무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남미에서는 자생적인 기업이 생겨날 수 없는 원인이 되었다.  


거머리는 숙주에 달라붙어 흡반을 고정시킨 다음 '히루딘'이란 물질을 분비하여 피가 응고되지 못하게 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배가 불러올 때까지 피를 빨아댄다. 이 과정에서 피를 제공하는 숙주는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남아메리카의 고통 역시 이와 유사하며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안타까운점은 그 고통이 좀처럼 개선될 수 없다는데 있다.  이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중들이 축구와 축제의 뒤편에 어떤 심리적 환각제가 숨겨져 있는지를 파악할 때 남아메리카의 역사는 새롭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직 남아메리카의 절개된 혈관은 아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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