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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유목제국사
르네 그루쎄 / 사계절 / 1998년 9월
평점 :
유목민족에 대한 책을 처음 접한 것은 1984년 민음사에서 <대우학술총서. 번역 1>로 나왔던 <遊牧民族帝國史>였다. 이 책은 특이하게 벨기에인으로 미국에 이주한 록 콴텐이 1979년에 서술한 책이었다. 이 책은 서구에서 르네 그루쎄가 39년에 발간한 유라시아 유목 제국사 이후 서구어로 기술된 최초의 유라시아 유목민족 개설서였다. 물론 번역의 순서를 따지자면 르네 그루쎄가 번역된 다음 록 콴텐의 저서가 번역되어야 하지만 한국의 뒤죽박죽 특성상 이런 차례는 항상 무시되는 것은 일상적이기에 새로울 것이 없다. 록 콴텐의 저서에서 자주 언급되는 르네 그루쎄의 저서를 서점에서 접하게 된 것은 98년이었다.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 두꺼운 책을 단숨에 독파한 기억이 새롭다. 유라시아 유목민의 역사는 대단히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민족과 지리의 방대함은 이 지역의 개설서가 나오기 힘들게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르네 그루쎄의 책은 이차세계대전 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79년에 나온 록 콴텐의 책과 비교해 보아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이 분야에 있어서 연구가 지난함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유목민족의 역사를 개괄하려면 스키타이, 흉노, 선비, 돌궐, 위구르, 거란, 여진의 역사를 아우르고 몽골제국의 역사를 섭렵한 다음 중앙아시아와 만주의 역사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 있어서 개괄서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르네 그루쎄의 이 책은 바로 이 분야의 개괄서이며 기본 자료가 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프랑스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르네 그루쎄의 책이 39년에 나오고 록 콴텐의 책이 79년에 나왔다. 이제 40년주기로 유목민족제국사가 출간된다면 2019년에는 어떤 책이 우리를 즐겁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