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의 역사 - 상 까치글방 194
마귈론 투생-사마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오래 전 영국의 배우 <올리버 리드>가 주연한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약간 더러운 손으로 기름진 닭을 뜯어 먹는 장면, 수염과 손에 뭍은 번들번들한 기름기, 한편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여인. 닭을 다 먹고 난 올리버 리드가 천천히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나 기름기가 범벅이 된 손을 옷에 문지르며 여인에게 다가간다. 그때 "먹는 것"과 "하는 것"의 경계가 정말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먹거리의 역사는 한마디로 인간 욕망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식물처럼 햇빛,물,공기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의 몸을 움직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바로 음식이다. 인간만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타인을 멸시하는 種이 이 세상에 더 존재할까?  인간의 역사는 식욕이 보장되는 시기에는 성욕도 증가하여 인구가 늘어난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하면 성욕도 함께 감퇴한다.


원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식욕을 충족시키려 노력했다. 이런 인간의 식욕을 이용해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자들까지 생겨났으니, 易牙는 미식가였던 제환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삶아 바치기까지 하였다. 


 인간들 처럼 다양한 먹거리를 섭취하고 배고픔을 해결하기 보다 맛으로 음식을 먹는 동물은 없다. 미식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먹는 것은 존재의 한 방식이다. 먹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먹는 것은 존재의 질과도 연관이 될 수 있을까? 이는 어떻게 먹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일까? 삶의 시작은 우연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먹는 것은 선택이다. 선택이란 자신의 의지인 것이다. 의지와 존재는 같을 수 있을까?


두 권이나 되는 먹거리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고 생각나는 질문이었다. 여러분, 오늘은 무얼 먹었습니까? 혹은 존재의 질은 어떠했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